['공적자금' 대해부] 재정건전성 '빨간불'

지난 3월말 기준 공적자금 손실추정액 87조원중 69조원을 정부가 떠맡기로 함에 따라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내년에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국민총생산(GDP)의 22.4%인 국가 부채(지난해말)도 2008년께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공적자금 상환부담을 다음 세대로 넘기지 않고 현 세대에서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공적자금 손실 추정액을 향후 25년간 나눠 갚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적자금 67조원중 재정이 분담하는 49조원을 매년 2조원(지난 3월말 가치기준)씩 일반 회계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지난해 GDP(5백45조원)의 0.37%, 올해 재정규모인 1백12조원의 1.79%를 25년동안 매년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세수 증대와 세출 감축으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소득에 대한 조세 감면을 축소하고 기업의 조세특례 혜택을 줄여 9년간 17조원(현재가치 11조3천억원)을 마련하고 에너지 세제개편에 따른 단계적 세율 인상으로 22조1천억원(현재가치 14조1천억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이자소득에 의존하고 있는 퇴직자들의 반발을 사면서까지 이자소득 감면 혜택을 줄이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인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마당에 기존의 조세특례를 없애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의 국고지원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일반 행정경비를 절약하겠다는 계획도 현실성이 의문시되는 정책이다. 정부 예산의 경직성을 감안하면 지출을 줄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이자를 상환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융자특별회계(재특회계)를 통해 무이자로 빌려준 18조원을 탕감(상환의무면제)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재특회계는 순자산이 17조원이지만 18조원을 탕감하면 순자산은 마이너스 1조원으로 바뀐다. 정부는 국가채권관리법을 개정해 일시에 상환의무를 면제하거나 장기 무이자 융자형태로 사실상 면제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반회계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재특회계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 분담시킬 20조원에 대해서도 일단 정부가 국채 발행으로 떠안아야 한다. 금융권에서 들어오는 특별보험료는 연간 7천억∼8천억원(현재가치 기준)인데 비해 공적자금 만기는 2008년까지 모두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를 정부에서 떠안은 뒤 금융권으로부터 분할해 상환받아야 한다. 그만큼 국가 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