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 결산] '압박축구' 시대 열렸다..'변방' 한국등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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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축구대회는 파란과 이변의 연속이었다.
한국 터키 세네갈 등 '축구변방' 국가들이 세계의 중심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반면 우승후보들은 무더기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세계축구 평준화'란 대세가 자리잡고 있다.
어떤 팀도 맘놓고 상대할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대회 전체를 지배했다.
◆세계축구 평준화=이번 대회의 최대 이변은 한국 터키 세네갈 미국 등 약체로 평가되던 팀들의 대약진이다.
개막 전까지 한국과 터키 축구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두 팀은 나란히 4강에 오르며 단숨에 세계 축구의 중심부로 파고들었다.
덴마크 스웨덴 아일랜드 등 유럽 중위권의 진격도 만만치 않았다.
덴마크는 프랑스를 벼랑 끝에서 밀어냈으며 스웨덴은 아르헨티나를 떨어뜨리는 대반란을 주도했다.
이들의 도약은 프랑스 잉글랜드 독일 등 상위권 팀과의 격차를 종이 한 장 차이로 줄였다.
◆이젠 압박축구 시대=이번 월드컵의 가장 두드러진 전술적 특징은 바로 '압박축구'다.
압박축구란 상대가 쥔 공을 빼앗기 위해 수비수 서너 명이 순식간에 에워싸는 전술.과거에는 공을 빼앗기 위해 주로 미드필드에서 공방을 벌였으나 최근에는 최전방부터 후방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역에서 강한 압박을 펼치고 있다.
특히 중거리슛 사정거리인 아크 주위 등 위험지역에서의 압박이 중원 못지 않게 치열하다.
이같은 압박축구를 제대로 구사하기 위한 선결조건은 바로 강인한 체력.공격수부터 수비수까지 경기 내내 쉴 새 없이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압박전술은 약체로 평가되던 팀들의 이변창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압박축구의 대명사'로 떠오른 한국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파하고 4강고지에 올랐으며 세네갈과 미국 역시 당당하게 8강에 진입했다.
압박축구는 세계축구의 플레이 스타일에도 변화를 줄 전망이다.
'창과 방패',즉 개인기와 조직력의 대결이란 수식어가 이제 자취를 감추고 그라운드는 체력과 기술을 겸비해 공수를 넘나드는 멀티플레이어들의 경연장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스타는 지고 팀플레이는 뜨고=지네딘 지단,루이스 피구,가브리엘 바티스투타….팀의 몰락과 함께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쓴 불운의 스타들이다.
이번 월드컵은 스타플레이어들의 화려한 개인기보다 조직적인 팀플레이가 위력을 발휘한 대회였다.
세계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지네딘 지단의 프랑스는 예선전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폴란드의 올리사데베는 상대팀 수비수에 꽁꽁 묶여 침묵했으며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 역시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반면 파라과이나 세네갈 등은 유명 선수가 없으면서도 똘똘 뭉친 조직력으로 16강과 8강 무대를 밟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과 일본도 강력한 조직력으로 유럽의 강호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등 이번 월드컵은 팀플레이가 어느 때보다 빛났던 대회였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