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좌절과 희망] (2) 살아남은 강자들
입력
수정
지난 1990년대말 "신경제"의 개척자로 칭송받으며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인터넷 기업들은 최근 2년간 무더기로 문을 닫았다.
시장조사업체인 웹머저스닷컴에 따르면 2001년 1월부터 지난 3월말까지 문을 닫은 인터넷 기업은 모두 8백6개.
특히 2000년 하반기부터 폐업이 러시를 이뤄 지난해 중반에는 매달 50개 이상의 인터넷 기업이 사라졌다.
"닷밤"(Dot-Bomb,닷컴의 무더기 도산)이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지난 2년간 미국 인터넷기업의 총 감원 규모도 1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시카고의 인력중개업체인 챌린저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해고된 사람만 6백84명으로 2년 전 실직 현황을 파악하기 시작한 이후 총 감원 규모가 15만47명에 이르렀다.
'닷밤'과 고용불안의 원인에 대해 어바이어의 카린 마시마 수석부사장은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모델이 향후 지속성을 가질지,개발 가능한지,수익과 연결되는지 여부에 대한 철저한 분석없이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닷밤'의 폭풍에서 살아남은 기업들도 있다.
우선 들 수 있는 곳이 대형 업체들이다.
e베이를 비롯해 아마존닷컴 페이팔 프라이스라인닷컴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은 인터넷이 가져다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현실화했고 매출 급성장에 이익 실현이란 목표를 달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시 남쪽에 자리잡은 e베이는 폐허에서 살아남은 강자의 모습을 대변한다.
매출이 매년 50% 이상 늘어나고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어 '최고의 인터넷기업'으로 꼽힌다.
e베이의 지난 1·4분기 매출은 2억4천5백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9%나 늘었고 순이익도 65% 증가했다.
e베이는 올 매출이 11억달러에 이르러 '빌리언(10억달러) 기업'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맥 휘트니 사장은 "1·4분기 실적은 경매 분야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경영능력을 강화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 오프라인 비즈니스와 깊은 연관을 맺으면서 온라인의 장점을 살린 기업들도 생존 반열에 올라섰다.
아마존닷컴의 경우 토이즈러스(장난감) 서킷시티(전자제품) 보더스(책) 등 오프라인기업과 적극 제휴,고객과의 접촉 채널을 늘렸다.
세이프웨이나 알벗슨스 같은 식품매장체인은 인터넷으로 주문받은 식료품을 배달해 주는 사업에 나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오프라인과 직접 관련된 여행 분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콤스코어네트웍스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온라인 여행 매출은 69억달러로 지난해보다 86%나 늘었다.
스탠퍼드대 하임 멘델슨 교수(경영학)는 "e비즈니스는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더 잘하기 위한 것"이라며 "e비즈니스가 시작되면서 기존 비즈니스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지만 새로운 분야보다는 현존하는 사업을 보조하고 지원해 주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