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백제시대 원형美 현대화 .. 이영섭 조각전

조각가 이영섭씨(40)는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한 산자락 야외 작업장에서 5년째 마사토(磨砂吐)라는 흙과 씨름하고 있다. 이 곳 야산에 매장된 마사토는 화강암보다 연하면서도 화강암과 같은 질감 효과를 내는 재료.그는 마사토와 개울에서 캔 돌,콘크리트를 섞어 한국인의 원형적 얼굴을 발굴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3일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개막되는 개인전에서 선보일 그의 작품은 조각품이 아니라 천년 세월의 흔적이 간직된 신라 동자승 같은 유물이라고나 할까. 그는 돌을 파내는 조각기법을 거부한다. 이씨의 작업은 농가 마당의 마사토를 동자승 모자상 반가사유상 등의 형상으로 파낸 후 그 안에 마사토 개울돌 콘크리트 등을 '매장'하고 이를 '출토'하는 독특한 방법이다. 출토된 작품은 신라 토우의 해학미,백제인의 불상에 나타난 고졸한 미소 등 한국인의 원형적 미의식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 조각의 원형은 바로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신라 백제의 원형적 얼굴이라고 봅니다. 이를 발전시켜 현대화하는 게 작가의 몫이죠." 과거를 현재 속에 재현시키는 그의 작품은 장식성이 많은 과거 유물과 달리 단순하면서도 형상의 디테일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문화재 발굴이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꺼내는 것이라면 그의 작업은 현재의 시간을 과거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이씨는 지금의 작업실로 들어올 때 10년간 테라코타에 매달려온 자신을 '깡그리 버리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고정관념은 예술의 죽음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예술은 제작이라기보다 발견에 가깝다"며 "자신만의 미술은 전혀 다른 데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13일까지.(02)549-7574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