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경제의 '서해도발' 막자

한국과 터키의 월드컵 3.4위전을 불과 몇시간 앞둔 29일 오후.서울 시청과 광화문은 물론 전국이 거리응원 인파로 가득찼다. 비록 한국이 결승 진출엔 실패했지만 월드컵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그러나 같은 시각 국방부는 이날 오전에 발생한 북한의 기습적인 서해도발 상황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긴장감은 밤늦도록 가실줄 몰랐다. 국방부 관계자들에게조차 이번 사건은 충격이었다. "민족주의를 주창하던 그들이 한민족의 역량이 전세계에 맘껏 과시되고 있는 지금 이런 짓을 하다니..." 우리 군당국은 "아무리 북한이라지만 설마 월드컵 기간중에야 별일 없겠지"라는 순진한 생각에 빠져 있었 것 같다. 북한 경비정이 최근 사흘 연속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을 때마다 "단순 월경"으로 치부했던 것만 보면 알수 있다. 지난 99년 서해교전때처럼 초계함이나 전투기의 지원없이 무장이 빈약한 고속정 등만 보낸 것도 이같은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긴장을 늦춘 곳이 군만이었을까. 모든 국민이 월드컵에 너무 취해 있지는 않았나. 지난달 많은 사람들은 TV 앞에 머물렀다. 근무시간에 월드컵 중계를 봐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었다. 일을 다 끝내지않은채 거리응원을 나가더라도 "면죄부"를 받을 정도였다. 그 결과는 경제활동 위축으로 나타났다. 물론 월드컵으로 하나가 된 우리 국민들의 역량은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호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전혀 뜻하지 않은 서해교전으로 꽃다운 4명의 장병이 순국한 것처럼 곳곳에서 다가오는 "적신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경제가 자칫 크게 흔들릴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한다. 메린린치 서울지점의 이원기 상무는 "월드컵 축제분위기는 냉정한 주식시장에는 악재"라며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식시장은 우리 국민들에게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경제 곳곳에 북한의 서해도발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곳은 없는지 이제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다. "4강 신화"속에 "구멍"이 난 곳은 어디 서해바다뿐일까. 서욱진 사회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