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인 코리아] (미국의 경험) 고용.소비 등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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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축구에 대한 인기가 없다.
미식축구(풋볼)와 야구 농구에 대한 열기가 워낙 뜨거운 탓에 축구에 쏟을 열정이 상대적으로 작은 탓이다.
모든 나라가 축구를 '풋볼'이라고 부르지만 미국만 '사커'(Soccer)라는 표현을 쓰는데서 알 수 있듯이 축구에 관한 한 조금 특이한 나라다.
하지만 지난 94년 월드컵을 개최함으로써 축구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인식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한일 월드컵에서 미국이 8강에 진출, 축구 열기를 높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94년 미국 월드컵은 당시 보잘것 없었던 축구 열기를 감안하면 대단한 성공작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우선 관중수가 엄청났다.
9개 구장에서 열린 52게임의 게임당 관중수는 6만8천9백91명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댈러스 구장에서 열렸던 한 경기의 관중수만 4만4천명으로 빈 자리가 있었을뿐 게임마다 스타디움이 꽉 찼다.
특히 미국은 미식축구 구장을 조금 손질하고 인조잔디를 천연잔디로 바꾸는 정도의 적은 시설 투자만으로 경기를 치러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월드컵을 성공리에 마쳤다.
그로 인해 역대 최고 규모라고 평가받는 40억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여기에다 고용유발 효과나 소비효과 등을 감안하면 유.무형의 경제적 이득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경기가 열리는 9개 지역을 한 달 가량 순회하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축구와 관련된 각종 이벤트를 제공, 축제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또 관람객들의 편의제공에도 세심한 배려를 했고 외래 관광객 안내소 설치를 통한 정보서비스를 추진, 관광 수입을 늘리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월드컵 자체를 통해 실제로 관광수입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경기가 열리는 9개 도시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데는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당시 월드컵은 메이저리그 축구(MSL)를 탄생시키는 결정적인 산파 역할을 했다.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프로축구가 빈약했지만 월드컵 개최를 통해 메이저리그 축구가 탄생, 명실상부한 프로시대를 열었다.
여자축구는 이미 지난 99년 월드컵에서 우승,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이번 한일월드컵에서 미국팀이 예상을 깨고 8강까지 진출함으로써 축구에 대한 한 인식이나 관심은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
초중학생들이 여름 방학중에 즐기는 각종 서머캠프중에서도 축구에 예년보다 많은 신청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프로축구 관객이나 시청자수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기업들의 광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94년 미국 월드컵은 축구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미국에서 축구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금전적으로 적지않은 이득을 갖다준 성공적인 경제월드컵이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