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제금융불안과 한국..林俊煥 <서강대 경제학 교수>

달러화 급락,미국 증시 폭락,그리고 남미의 금융위기 재연 등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도 충격을 받았었다. 이런 대외 금융환경의 급속한 악화는 미국기업들의 기업지배구조 및 회계제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과 관련된 단기성 악재와 관련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세계경제의 회복세 미흡,달러강세 기조의 쇠퇴,라틴경제 위기의 재연을 들 수 있다. 첫째,1990년대 이래 줄곧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미국경제의 기초체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향후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만한 국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경우 기업 설비투자가 포화상태에 있어 이를 해소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일본 경제는 여전히 회복 또는 정체국면에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고도성장을 해왔던 중국경제도 서서히 디플레이션 징후가 감지되고 있어 세계경제가 미온적인 회복세에 있다. 둘째,미국의 무역적자가 장기간 누적되는 가운데 최근 미국 증시에서 외국자본의 이탈이 달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인도를 저하시켰다. 현재 미국 상장주식의 13%를 보유한 외국투자가들이 미국주가에 대한 비관적 전망과 더불어 달러화 자산을 매도했다. 외국투자가들의 달러화 자산 매도 또는 비관적 전망이 대두되는 가운데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 소식은 달러가치를 하락시켰다. 그동안 달러화는 98년 발생한 미국 채권시장의 동요와 미국 대기업들의 도산에 따른 미 금융시장의 불안으로부터 강한 방패막이를 해왔다. 강세달러 기조 하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침체에 빠진 다른 국가들로부터 수입증대를 통한 미국 무역적자는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미국 경제성장에 대한 원동력인 기업투자의 결여가 상장기업의 채산성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하면서 달러표시 자산을 매도하기 시작했는 데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무역적자의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일게 되었다. 미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주요 통화대비 달러가치하락이 필연적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달러하락세를 주도했다. 셋째,남미 특히 최근 브라질의 금융위기 여파가 비교적 건전하다고 여겨지는 우루과이나 멕시코 경제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금융위기 발생은 미국 경제의 성장둔화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조짐이 발생하는 상황 하에서 남미국가들이 수출촉진을 통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은 향후 세계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만한 대안이 없다는 데서 기인하며,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 경제의 회복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러나 기업의 과잉투자가 해소되고 신규투자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할 때 유로국가나 일본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한 세계경제는 성장의 엔진이 없는 저성장궤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된다. 미국 경제가 저성장궤도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첫째,주요 통화대비 달러약세를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하에서 원화강세는 우리 경제의 수출경쟁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대한 특별한 대비책은 없겠지만,달러약세에 대한 원화강세 압력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국내유입된 외화자산의 해외운용을 권장할 수 있겠다. 둘째,미국 증시여건 변화가 국내 증시에 주는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봄직하다. 자본시장의 개방으로 미국 증시와 국내증시의 상호관계를 완전 차단할 수 없지만,그 충격을 줄이는 방안으로 종합주가지수 가운데서 대내적 경제여건에 보다 민감한 은행주 또는 금융주의 편입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현재 종합주가지수 가운데 반도체관련 종목의 편입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대외경제여건 변화에 국내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jhim@ccs.sogang.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