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전문기자의 '유통 나들목'] 시장 효율과 '3의 법칙'

미국의 햄버거 시장은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 등 3개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1위 맥도날드는 지구촌 1백21개국에서 3만개에 가까운 점포를 운영,지난해 4백6억달러(약 48조7천2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거대 패스트푸드 기업이다. 2위 버거킹은 지난해 58개국 1만5천여개 점포에서 1백14억달러(약 13조6천8백억원),3위 웬디스는 5천5백여개 점포에서 71억달러(약 8조5천2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 빅3의 미국 햄버거 시장 점유율은 대략 70% 안팎이다. 후발주자 웬디스가 빅3에 합류한 것은 혁신적인 영업전략 덕분이었다. 햄버거 패티(빵 가운데 들어가는 고기)용으로 냉동육이 아닌 신선한 냉장육을 사용,뒤처지는 인지도를 품질로 만회했다. 이들의 틈새를 뚫고 80년대 후반 랠리스(Rally's) 체커스(Checker's) 등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햄버거 업체들이 등장했다. 최근 경영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3의 법칙(The Rule of Three)'은 대체로 산업계 현실과 맞아떨어지고 있다. 3의 법칙 주창자인 잭디시 세스(고이주에타 경영대학원 교수)는 산업계에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의 두 기둥이 존재한다고 역설한다. 규모에 중점을 두는 제너럴리스트 기업은 결국 3자가 정립하는 시장구도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숙한 경쟁시장에서 빅3 구도는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이론이다. 또 고수익에 무게중심을 두는 스페셜리스트 기업은 기존 시장 공략보다는 틈새시장을 창조,생존을 도모하게 된다고 그는 덧붙인다. 국내 유통업계에 '3의 법칙'을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 백화점 시장에선 롯데 신세계 현대,할인점 시장에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가 제너럴리스트 역할을 하고 나머지는 스페셜리스트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프랑스계 할인점 까르푸가 최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연간 91억원의 비싼 임대료를 감수하며 점포운영권을 따낸 것도 '3의 법칙'을 의식한 절박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빅3에서 벗어난 기업들이 무모한 도박을 감행하는 것은 바로 국내 유통시장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방증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