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조합' 대폭 손질] 부실조합 난립...'물딱지' 피해 속출
입력
수정
정부가 조합주택 공급 제도에 손질을 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최근 조합주택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물딱지"거래가 성행하는 등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부실 조합이 난립하면서 어렵사리 내 집 마련에 나선 다수의 무주택 서민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정부로 하여금 서둘러 제도 개선작업에 나서게 한 셈이다.
주택시장에서 조합주택은 주요 공급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서울·수도권의 올해 하반기 공급예정 물량이 1만2천여가구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청약경쟁률이 급상승하면서 조합주택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느슨한 관련법 때문에 조합원들의 피해가 속출,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돼 왔다.
◆대부분 사업일정 불확실=조합아파트의 경우 당초 조합측이 제시한 일정대로 사업이 진행되는 사례는 드물다.
땅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하거나 허가가 날 수 없는 땅을 대상으로 조합원을 모집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경기 하남시에서 지난해초 조합원을 모집한 D사는 아직도 토지매입을 끝내지 못해 사업이 1년6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고양시에서 조합원을 모집한 S사는 사업이 불가능한 부지를 대상으로 조합원을 모집해 물의를 빚었다.
조합아파트를 많이 공급하는 동문건설의 김시환 이사는 "사업이 4∼5년씩 지연되는 사례도 가끔 발생한다"며 "운이 좋아 사업이 정상화된다고 하더라도 기간이 늘어지면서 조합원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합의 불법행위 성행=분양대금을 횡령하는 곳이 있는가하면 불법으로 물딱지를 유통시키는 조합도 있다.
조합을 설립하는 이들은 대부분 건설사 또는 부동산중개업소 출신의 전문토지개발업자다.
이들은 땅 매입자금 마련을 위해 조합원을 공개모집하기 전에 비공개적으로 조합원을 모집하는 불법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런 조합은 주로 주변 중개업소 업자를 통해 물딱지를 유통시킨다.
이들은 중개업소들로부터 돈을 받은 뒤 납입영수증(물딱지)을 건네준다.
중개업소들은 이 물딱지를 전매함으로써 프리미엄을 챙긴다.
물딱지 유통은 자체가 불법인 데다 향후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돈을 날리게 된다.
실제로 군포시 당동에서 조합아파트를 계획 중인 한 조합은 전체 가구수의 3분의 2 정도에 달하는 7백장의 물딱지를 돌려 한차례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떴다방 활개=청약방식에도 제약이 없어 조합아파트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의 좋은 먹이감이 되고 있다.
조합아파트는 청약통장이 없어도 무주택자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다.
조합원 모집방식에도 제한이 없다.
때문에 업체들은 주로 선착순 또는 공개추첨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선착순 모집의 경우 떴다방들은 밤샘줄서기를 통해 실수요자에 앞서 좋은 물건을 가로챈다.
공개추첨을 한다고 하더라도 주변 무주택자들을 동원해 많은 물건을 확보한다.
이렇게 확보한 물건을 당첨 직후 전매해 프리미엄을 챙긴다.
최근 분양되는 조합아파트 견본주택에 떴다방들이 넘쳐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분양보증 안돼= 조합아파트의 경우 분양보증이 되지 않는 약점도 있다.
조합이 부도나면 조합원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땅값 때문에 초기 부담금이 많다는 점도 부담이다.
공사비 증가에 따라 추가부담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