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리랑' .. 김충일 <아리랑TV 사장>

ceo3@arirangtv.com 아직도 '대∼한민국'의 함성소리가 귓가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 박수소리에 청소년은 물론 기성세대도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붉은 악마'들이 응원 뒤풀이 때 부르던 노래 '아리랑'이 귓가에 메아리쳐 올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리랑'이 우리 민족의 혈맥 속에 저토록 뜨겁게 살아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20여년 전에도 그랬다. 80년대초,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교민들 모임에 나가면 항상 '아리랑'합창이 대미를 장식했다.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밖에 기억나지 않는 필자로선 뜻도 잘 모를 '아리랑'을 부르는 게 못내 의아스러웠다. 게다가 한국전 참전용사를 만나면,"오우,아리랑"이라고 지칭하는 것이었다. 그 말엔 우리 민족의 고난과 한(恨),그리고 처참했던 가난이 깃들여 있는 것 같아 필자는 '달갑잖은 인사'를 들은 듯 고개를 돌리곤 했다. 그러나 '아리랑'과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3월,중국 하이난으로 여행을 갔었다. 호텔에서 무심코 TV를 봤는데,거기 한국의 TV 연속극이 방영되고 있는 게 아닌가. 일행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살폈는데,호텔측이 '아리랑TV'를 수신받아 케이블로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5월,이게 또 무슨 인연인지 '아리랑TV'의 사장을 맡게 됐다. 게다가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그 곳의 방송관계자들이 필자에게 "북한의 '아리랑 축전'을 '아리랑TV'가 공동개최하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아리랑'은 이처럼 우리 민족의 동질성을 지탱시키고 확인케 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월드컵으로 인해 '아리랑'은 다시 태어났다. 은근과 끈기 그리고 한의 가락이 아닌,한마당의 신명난 축가가 되었다. 월드컵 경기장은 물론 야구장에서,길거리에서,공원에서,그리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아리랑'은 우리 젊은이들의 핏줄처럼 뜨겁게 솟아올랐다. 윤도현의 '아리랑'처럼 거듭 새로운 '아리랑'이 태어나 '아리랑의 역사'를 더욱 흥겹고 신명나게 만들어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