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올 하반기 국제외환시장 전망'

올 상반기 국제외환시장은 미 달러화 가치가 세계 모든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인 시기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앞으로 국제 외환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기관별로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으나 올 하반기 미 달러화 가치는 각국의 경제 여건에 따라 움직임을 달리하는 차별화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엔·달러 환율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여 왔으나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예상되는 미·일간의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엔·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될 요인이 별로 없다. 오히려 미국 경기가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4·4분기에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책적인 면에서도 현 시점에서 엔·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은 일본은 엔고(高)에 따른 디플레 효과 때문에,미국은 증시자금 이탈에 따른 역(逆)자산 효과 때문에 수용하기가 어렵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미 달러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협조개입에 나선 것도 이런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 하반기 국제 외환시장에서 예의주시해야 할 것은 유로화 가치가 어디까지 회복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0.98달러선까지 회복되고 있는 달러·유로 환율은 빠르면 3·4분기 이내,늦어도 올해 안에는 등가수준인 '1유로=1달러'선에 도달할 것이라는 게 예측기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유로화가 빠르게 정착됨에 따라 EU 회원국 중에서 역외국으로 남아 있는 영국 스웨덴 덴마크도 조만간 유로랜드에 가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 경우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유로화 가치는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유로화와 함께 올 하반기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는 통화는 바로 중국의 위안화 가치다. 94년 이후 중국의 환율제도는 '1달러=8.28위안'을 중심환율로 하는 통화위원회제도를 유지해 왔다. 문제는 올해 중국이 WTO 가입 실질 원년을 맞아 이 제도 유지에 따른 부작용이 심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들어 통화정책 관련자들이 '현 환율제도를 복스 바스켓시스템으로 변경해야 한다'든가,'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발언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어려움을 내비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통화위원회제도가 포기될 경우 위안화 가치는 어떻게 될까. 일부에서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과 대규모 실업이 중국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수출을 늘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는 절하돼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물론 이런 시각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현재의 풍부한 외환사정을 감안하면 위안화 가치는 절상될 수밖에 없다. 만약 중국 정부가 시장여건을 무시하고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면 헤지펀드와 같은 투기자본으로부터 집중적인 환투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원·달러 환율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가지 요소를 점검해야 한다. 하나는 엔·달러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엔·달러 환율하락이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으나 앞으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른 하나는 외환수급 사정이다. 일단 경상거래 측면에서는 최대 30억달러의 흑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자본거래 측면에서는 대통령 선거 이후 정책변경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신규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결국 올 하반기 국내 기업들이 보유달러를 내놓지 않는다면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는 경상흑자 30억달러 정도 뿐이다. 외환당국이 달러매입 개입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제 원·달러 환율의 하락국면은 서서히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