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를 '新문화로...'] (7) '청소부가 된 시민들'
입력
수정
미국의 워싱턴포스트가 한.일 월드컵의 가장 멋진 경기로 꼽은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이 열린 지난달 18일 서울 광화문.
한국의 극적인 역전승이 확정되는 순간 전국은 축제의 한마당으로 변했다.
축제가 끝나갈 새벽녘 젊은이들의 거리 서울 신촌.
밤새 붉은 악마들을 취재하던 외신 기자들은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대학원생 배모씨(27)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우리 젊은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까 걱정했었는데 완전한 기우였다"며 "쓰레기를 빠짐없이 줍고 줄을 서서 지하철로 귀가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거의 탈진할 정도로 응원에 열광했던 붉은 악마들의 축제를 말끔히 마무리하는 시민의식에 외신기자들은 "붉은 악마는 훌리건같은 광적인 집단이 아니라 성숙한 시민집합체"라며 탄성을 질렀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가 얻은 수확은 풍성하다.
그중에서 가장 값진 선물로 '4강 신화'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인의 시민의식은 거리응원에서 거리 경기장 공항 등 곳곳에서 빛났다.
서울시가 월드컵 경기가 있는 당일과 전날 총 6일간 차량 강제 2부제를 시행한 결과 참여도 평균 90%라는 수치가 이런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명한다.
서울대 경영학과 주우진 교수는 "선진 시민의식은 그동안 취업난 등으로 위축됐던 한국 젊은이들이 월드컵을 통해 조국에 대한 긍지를 되찾으면서 자연스럽게 표출됐다"고 평가했다.
주 교수는 "시민의식을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답은 무엇일까.
서울대 사회학과 신용하 교수는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라는 분명한 목표가 시민의식을 발휘하게 한 원동력이었다"며 "월드컵 이후에도 우리 국민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목표'를 갖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시민의식은 규칙과 강요 등으로 절대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
신 교수는 "'세계 5대 경제강국 진입' 등의 거시 목표는 물론 '아시아 최고의 친절시민' 등 구체적인 목표 의식을 우리 국민들이 가질 수 있도록 정부 언론 등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