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PR 광고 '봇물' .. "월드컵기간 꾹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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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참았다. 이젠 우리도 좀 뜨자."
월드컵 광고 열풍에 편승하지 않고 7월이 찾아오길 손꼽아 기다렸던 기업들이 이달 들어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두달동안 방송 신문 등 주요 매체를 "붉게" 물들였던 월드컵 관련 광고가 잦아들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물량을 하나둘 집행하기 시작한 것.
일부 기업은 하반기에만 1백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편성, 여름 광고시장을 뜨겁게 달굴 태세다.
월드컵으로 유례없는 불황을 겪은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잇따라 새 광고를 선보이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광고대행사 오리콤의 남지연 부장은 "공식 후원사의 물량 공세에 광고비까지 치솟아 월드컵 기간에는 집행을 사실상 중단했던 기업도 많다"며 "앞으론 다양한 색조와 내용의 광고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PR 광고 시동 =월드컵 폐막에 맞춰 가장 공격적인 전략을 세운 회사는 삼성SDI.
이 회사는 지난 1일 "세계적인 디지털 디스플레이 기업"이라는 자사 이미지를 알리기 위한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상반기 주요 매체 광고가 전무했던 이 회사는 하반기에만 90억원 규모의 광고 물량을 집행할 계획이다.
현재 방송중인 "윤도현"편은 응원가 "오 필승코리아"로 국민가수 반열에 오른 가수 윤도현을 모델로 지난 5월 중순 제작한 것.
경영홍보실 홍성밀 차장은 "월드컵 광고가 봇물을 이뤘던 지난달엔 주목도가 떨어질 것 같아 이달에야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풀무원도 오는 13일부터 기업PR 광고 캠페인에 나설 예정이다.
자연친화적인 기업 이미지를 심기 위한 캠페인의 첫 작품은 "땅"을 주제로 삼았다.
무 잎사귀 사이로 보이는 무당벌레가 날개짓하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을 담아 마치 한폭의 수채화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패스트푸드 공격 앞으로 =월드컵에 빼앗긴 고객들을 불러 모으려는 패스트푸드 업계의 광고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매월 꾸준히 광고를 내보내는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선두업체들에 피자헛 파파이스 미스터피자 등이 가세하고 있다.
피자헛은 최근 출시한 네모난 피자 "엑스트리마 피에스타" 판촉을 위해 대규모 관중을 동원한 이색 광고를 선보였다.
새로운 피자걸로 데뷔한 탤런트 신민아가 락 페스티발에서 "군중파도"를 타고 이리 저리 옮겨다니는 가운데 네모가 클로즈업되는게 광고의 주된 내용.
이에 맞서 토종 피자 브랜드인 미스터피자는 최근 새 광고 "손맛편"을 제작 1위 업체인 피자헛 추격에 나섰다.
"피자에 피자가 없다" "당신이 주문하기 전까지"라는 카피를 통해 주문하는 순간부터 손으로 직접 만드는 미스터피자의 조리철학을 강조했다.
치킨 패스트푸드 체인 파파이스도 지난달부터 시작한 부위별 판매를 팔 다리 몸이 따로 노는 탤런트 장나라의 막춤을 통해 코믹하게 엮은 광고를 집중적으로 틀고 있다.
전체 광고물량은 줄 듯 =새로운 광고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지만 비수기인 7~8월엔 전체 광고 물량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팀이 예상을 깨고 4강까지 오르면서 주요 광고주들이 하반기에 쓸 예정이었던 광고비를 앞당겨 집행했기 때문이다.
금강기획 관계자는 "한국팀의 4강전 방송 광고는 평소의 4~5배 수준인 6천1백만원대까지 치솟았다"며 "이같은 여파로 방송 광고 판매율을 이달 들어 80% 초반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