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환율 급락 방치할 일인가

원화환율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주초인 8일에는 달러당 13원이나 떨어지면서 1천2백원의 심리적 지지선을 무너뜨렸고 9일에는 다시 1천1백82원대로 추락하는 등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물론 최근의 환율 동향은 우리경제의 실상과 국제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경쟁 통화인 엔화를 비롯 유로화 등 다른 지역 통화들도 일제히 달러에 대해 강세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그런 정황들이다. 원화 강세가 수입물가 하락이나 외채 부담 경감 등 긍정적 효과를 동시에 갖고 있다는 지적도 옳은 말이다. 그러나 최근의 원화 강세는 제한적인 범위내에서의 미세한 등락이라기 보다는 구조적·추세적 변화일 가능성이 크고 더구나 경쟁국 통화에 비해 그 속도가 과도하게 빠른 점은 심히 걱정스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원화의 상대적 저평가에 따른 국제수지 효과에 힘입은 바 컸다고 본다면 최근의 환율 움직임은 지난 수년동안 우리경제를 지탱해왔던 기본 조건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다. 지난 5월 이후만 계산하더라도 원화는 달러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아시아경쟁국 통화,예를들어 홍콩달러와 위안화에 대해 3.1%,싱가포르달러에 대해 1.7%씩 고평가되고 있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달러당 1천2백원이 무너진 것만으로도 벌써 일부 기업들은 수출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이고 일부에서 전망하듯이 하반기중에 달러당 1천1백50원대까지 하락한다면 그 파장은 예상하기 쉽지 않다. 수출감소에 수입급증이 겹친다면 무역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예상외로 확대될 수 있다. 또 일부에서 주장하는 원화강세의 긍정적 효과는 지극히 한가한 논리였음이 너무도 빨리 입증될지도 모를 일이다. 원화 강세 속도가 전례없이 가파른 점은 더욱 문제다. 환율이 불과 두세달만에 10%까지 급변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환영할 일이 아니다. 기업 가계 등 각 경제 주체들이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서서히 환율이 움직여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는 분명 정부의 책임이다. 항차 정부 고위 당국자가 원화 강세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는 듯한 교과서적 발언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결코 잘하는 일이 아니다.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