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貨 환율 추락] 수출업계 '울상'...항공.정유 '느긋'

원화환율이 9일 미 달러당 1천1백80원대 초반으로까지 급락하면서 기업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자동차를 비롯 전자 중공업 섬유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수출 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 감소와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외화표시 부채가 많은 항공업계와 원유 수입가격 하락으로 대규모 환차익이 예상되는 정유업계는 한결 느긋한 반응이다. ◆ 수출 채산성 악화 =국내 최대 수출기업인 삼성전자는 올 평균 환율이 연초 예상했던 1천3백원에서 1천2백원으로 떨어질 경우 이익이 5천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사업 기준 환율을 1천2백50원으로 잡은 LG전자도 환율 하락으로 1천억원 이상 이익이 감소할 전망이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상반기 평균 1천2백90원선을 유지하던 환율이 하반기 1천1백원대로 1백원 이상 떨어질 경우 1천8백억원 가량, 기아차 역시 9백억원 이상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달러당 평균 1천3백29원에서 26억달러 규모의 선물환 매도를 걸어 재미를 보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달러가 유입되는 대로 바로 달러 지출에 활용하는 매칭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 항공.정유사는 대규모 환차익 =지난해 환율 급등으로 수천억원의 환차손을 입었던 정유업체들은 올들어 환율 하락으로 반사이익을 톡톡히 챙기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초부터 지난 4월 말까지 챙긴 환차익만도 3백20억원에 달했다. 18억달러의 외화부채가 있는 SK(주)는 환율이 10원 떨어질 경우 2백억원 이상의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SK(주) LG정유 에쓰오일 등은 올 상반기에만 수백억∼수천억원의 환차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연초 사업계획에서 올해 평균 환율을 1천2백90∼1천2백95원으로 예상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환율이 이보다 1백원 이상 떨어져 대규모 환차익을 기대하고 있다. 20억달러의 외화부채를 안고 있는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2백억원의 이자 부담이 감소, 1천1백80원대에서 환율이 유지될 경우 연말까지 2천억원의 수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부채 규모가 10억달러인 아시아나항공도 1천1백40억원의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밖에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식음료와 제당, 제분업체들도 상당한 규모의 환차익이 예상된다. ◆ 화학업체는 중립 =원료 수입과 제품 수출을 병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환율의 영향을 덜 받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6억달러 정도 수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평균 환율이 1천2백원에 머물 경우 1백억원 가량의 경상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단기 외화차입금이 많은 한화석유화학은 오히려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15억원의 이득을 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석유화학업종은 해외로부터 원재료 수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원화 가치 절상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