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를 '新문화로...'] (8) '거리로 나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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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독일의 준결승전 응원을 위해 전국에서 6백50만명(경찰 추산)의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온 지난 6월25일.
거리 응원 인원은 한국의 첫 경기인 폴란드전 때만해도 50만명 정도였으나 한국팀의 선전이 계속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이날 정점을 찍었다.
흥미로운 점은 거리의 '붉은 악마'들이 경기 이상으로 응원 자체를 즐겼다는 것.
이들은 경기 시작 수시간 전부터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비더레즈' 티셔츠와 '태극기 망토' 차림으로 주위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뒤섞여 응원 구호를 외쳤다.
서울 광화문 응원전에 참가한 회사원 이호철씨(35.경기도 고양시)는 "거리 응원의 진수를 느끼고 싶어 일부러 나왔다"며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해보겠느냐"고 반문했다.
거리 응원은 PC방이나 비디오방, 노래방같은 '밀실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광장문화'의 즐거움을 일깨워줬다.
지금까지 '나홀로' 폐쇄적인 스트레스 해소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젊은층이 '다함께' 개방적 방식으로 일상 탈출의 쾌감을 맛본 것은 우리 사회 전체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월드컵지원연구단의 한영주 단장은 "거리 응원은 그간 초스피드로 이뤄진 산업화.민주화 과정에서 터부시돼온 광장문화가 한국에서도 싹트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시민단체인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의 이동연 사무차장은 "거리 응원에서 나타난 젊은 세대의 '탈(脫)밀실문화' 수요를 사회적으로 충족시켜 주는게 기성세대의 과제"라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시민광장 조성과 놀이문화 개발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