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예탁금은 눈 먼 돈?


"예탁금은 일종의 예금인데 원금이 줄어들면 곤란하잖아요."(기자)


"더 많은 이자를 줄 수 있다니까요."(증권금융 관계자)
"신탁으로 운용하면 원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말 아닙니까."(기자)


"저희들이 하면 절대 마이너스 수익률이 안 나옵니다.


안전한 곳에만 투자할 겁니다."(증권금융 관계자)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돈의 주인인 일반투자자들은 증권금융에 신탁자산으로 운용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지 않습니까."(기자)


"그렇긴 하지만…."(증권금융관계자)


증권금융이 고객예탁금을 신탁자산으로 운용한다는 방침을 정하자 증권사가 이에 반발하고 있다는 한경 기사(7월11일자 1면)를 취재하면서 증권금융 관계자와 나눈 대화다.
증권금융은 고객예탁금을 안전하게 운용해 더 많은 수익을 내고,이를 증권사에 돌려주겠다는 입장이다.


말대로만 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신탁으로 운용한다는 것 자체가 원금을 까먹을 수 있다는 위험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원래 주인인 일반투자자의 동의없이 신탁으로 운용하다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면 그 책임은 증권사가 고스란히 져야 한다.


신탁계약은 증권금융과 증권사가 맺은 것이고 일반투자자는 증권사를 믿고 주식투자를 위한 돈을 맡겼기 때문이다.


결국 증권사는 큰 위험부담을 안게 되는 셈이다.


증권사로서도 할 말이 많다.


그렇지 않아도 예금보험공사에 예탁금 보호명목으로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


예탁금은 예탁금대로 증권금융에 맡겨야 한다.


말 그대로 이중으로 부담을 안고 있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볼멘 소리를 내놓는다.


만일 예탁금을 증권사가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면,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은행에 예치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예탁금을 '증권사 책임아래 증권금융이 운용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업계 관계자는 지적한다.
신탁업무를 하겠다고 나선 증권금융이나,이를 허가해준 정부당국 모두 그 까닭부터 명쾌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조주현 증권부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