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일자) 고객예탁금 신탁운용은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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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금융이 예치방식으로 돼 있는 현행 고객예탁금 관리제도를 예치와 신탁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바꾸고,증권사로 하여금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고객예탁금을 증권금융의 고유계정내에서 별도로 관리해왔으나 증권금융 자산에 압류사태 등이 발생할 경우 안전성을 지키기 어려우므로 별도의 신탁계정으로 구분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객예탁금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증권사가 고객예탁금을 의무적으로 증권금융에 맡기도록 증권거래법에 못박아 둔 것도 그같은 안전판을 최대한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신탁계정 관리가 최선의 방법인지,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지에 대해선 의문이 없지 않다.
신탁계정으로 관리하면 압류 등의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현행 증권거래법에서도 고객예탁금에 대해선 누구도 상계·압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돼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고객예탁금을 굳이 신탁계정으로 분리하려는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이번 안을 보면 증권사가 예치나 신탁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부 외국계 증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증권사가 현행의 예치제도를 선호하고 있어 지금과 달라질 것이 없는데도 굳이 신탁계정을 만들어야 하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현행 예치방식은 원금과 함께 최소 3%의 확정금리가 보장되지만 신탁방식은 원리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을 수 있다.
증권금융은 신탁계정으로 관리해도 운용자산이 법에 있는대로 국공채나 은행보증채 등에 국한돼 원금손실의 우려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원리금 보장 여부는 안전성을 담보하는 중대한 문제이며,뜻하지 않게 손실이라도 난다면 증권사가 그 부담을 져야 한다는 문제도 생기게 된다.
고객의 동의없이 증권사가 신탁으로 맡긴다면 그같은 의사결정 자체가 분쟁의 대상이 될 것이고,원리금 보장이 없는 증권사의 신탁은 고객보호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욱이 예탁금은 고객이 일시적으로 맡겨두고 있는 예수금인데 그런 자금을 신탁으로 굴린다는 것은 자금의 성격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안전성으로 보나 자금의 성격으로 보나 고객예탁금의 신탁계정 관리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설사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논의하고 신중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