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종합] 정부개입 불구, 1,180원 지지 실패

환율이 장중 극심한 부침을 겪은 끝에 나흘만에 소폭 상승, 강보합권에 착지했다. 정부의 개입이 시장에 힘을 발하며 앞서 사흘간에 걸친 급락세를 일단 봉합했으나 정부 의도인 1,180원대 회복은 물량에 밀려 좌절됐다. 환율 변동폭은 이날 12.00원에 달해 연중 세 번째로 컸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외환시장에 구두개입을 단행한 데 이어 시중물량을 흡수하는 직접개입이라는 강수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참가자들은 외환당국에서 3∼4억달러 이상을 가져간 것으로 추정,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에 따른 개입 여력은 소진된 것으로 분석했다. 달러/엔 환율은 117엔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반등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정부의 강한 방어의지가 시장 심리를 묶어놓고 있으나 달러화 약세 추세나 물량 부담 등을 감안하면 추가 방어력은 다소 힘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0.10원 오른 1,179.50원에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183.50원, 저점은 1,171.50원으로 지난 2000년 11월 22일 장중 1,160.50원까지 내려선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자 연중 최저치를 가리켰다. 하루 환율변동폭은 오전중 이미 정해졌으며 무려 12.00원에 달했다. 이날 시장은 정부의 개입 전후로 일대 혼란을 보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보유달러를 적극 처분하며 1,170원을 위협하던 패턴에서 재경부의 구두개입에 이은 외환당국의 달러매수개입 설로 급히 달러되사기(숏커버)로 돌아서기도 했다. 2차 개입에 대한 경계감으로 1,180원대를 근근히 유지하던 환율은 장 막판 달러/엔 반락과 네고물량 공급을 견디지 못하고 떠밀렸다. ◆ 1,170원대 재하향 예상 = 모처럼 정부의 강한 개입이 시장에 입김을 불어넣었으나 환율 반등시 달러매도에 나서겠다는 세력이 득세하고 있음을 또한 확인했다. 달러화 약세라는 큰 그림이 계속 작용하는 이상 개입은 속도조절외에는 별다른 효과를 보이기 어려워 1,170원대에서의 재하향이 예상되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오전장은 달러매도초과(숏)상태에서 개입이 먹혀들었으나 오후 추가 개입예상으로 달러매수초과(롱)을 유지하다가 물량이 넘쳐서 결국 꼬꾸라졌다"며 "마감 10여분여를 앞두고 일부 국책은행이 1억달러 이상을 사며 1,180원 방어전을 펼쳤으나 달러/엔이 밀리면서 물량을 털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엄포아닌 엄포를 놔서 충격을 줬지만 결론적으로 달러/엔을 주축으로 하는 역외에 충격을 줘야하나 쉽지 않음을 확인했다"며 "트렌드는 결국 달러/엔의 하향을 따를 것으로 보이며 내일은 1,172원을 다시 시도하면서 1,180원이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경계감이 강하게 형성됐으나 물량 부담을 여전히 안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그림은 계속 아래쪽으로 그려질 듯 하다"며 "오늘 3∼4억달러를 흡수, 외평채 발행에 따른 개입 여력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역외도 개입시에 사다가 달러/엔이 하락하면서 보유물량을 던졌고 내일은 달러/엔이 어느 수준까지 가느냐에 따라 등락할 것"이라며 "방향성을 일단 양쪽으로 열어놓으면서 1,173∼1,183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 칼 빼든 당국 = 정부는 1,180원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하며 장중 급락 흐름을 되돌려놓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3∼4억달러 이상을 매수한 것으로 추정했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최근의 경제동향'을 통해 미국 달러화가 분식회계 사건, 경상적자 누적 등 구조적인 이유로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는 등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전윤철 부총리가 이날 중국전문가 포럼에서 환율 하락과 관련, 정부가 이를 용인하고 있지 않으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뒤이어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 정책관이 "외환시장 불안이 지나치다고 본다"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충분히 확인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방점을 찍어 환율 방향을 급하게 틀게끔 유도했다. 정부와 외환당국의 직접적인 달러매수 개입이 단행된 것으로 시장은 진단, 경계감을 고조시켰으나 추세를 바꾸긴 어렵다는 데 시장의 견해는 몰려 있다. 5,000억원의 외평채 추가 발행에 따른 여력이 이날 개입으로 소진된 데다 주요국 중앙은행간 공조개입이 없는 한 달러화 약세를 거스를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 달러/엔 보합권 정체 = 전날 뉴욕에서 증시 급락세 연장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117.61엔을 기록한 달러/엔 환율은 이날 보합권을 주로 거닐었다. 달러/엔은 도쿄 개장초 118엔 진입을 목전에 둔 반등세를 보이다가 매물벽에 막혀 차츰 되밀리며 오후 5시 15분 현재 117.37엔을 기록중이다. 하야미 마사루 일본은행(BOJ) 총재는 이날 세계적인 달러매도가 일어날 가능성을 제시하는 한편 달러/엔 하락을 막기 위한 시장개입은 나쁜 것은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또 시오카와 재무상도 115엔을 재차 거론하며 방어선을 확고히 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950억원, 7억원의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이틀만에 순매도를 기록했으며 금요일 오후 이후 일부가 역송금수요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0.90원 낮은 1,178.50원에 출발한 환율은 낙폭이 커지면서 달러되팔기(롱스탑)가 강화, 11시 12분경 이날 저점인 1,171.50원까지 흘러내렸다. 그러나 재경부의 구두개입에 이은 외환당국의 직접개입설로 환율은 강하게 되튀며 상승 반전한 뒤 오름폭을 확대, 11시 50분경 이날 고점인 1,183.50원까지 올라섰다. 이후 물량 공급에 소폭 반락하며 1,181.4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낮은 1,181.3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차츰 되밀려 1시 33분경 1,180.40원까지 내려섰다가 매수세 강화로 39분경 1,182.40원까지 반등했다. 이후 달러/엔과 매매공방에 따라 1,180∼1,181원을 오간 환율은 달러/엔의 반락으로 4시 28분경 1,179.20원까지 내려선 뒤 1,180원을 회복하지 못한 채 끝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7억4,4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9,95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1억1,000만달러, 4억3,570만달러가 거래됐다. 12일 기준환율은 1,178.0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