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日 사회의 먹거리 공포


'귀하는 식품의 안전성에 어느 정도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까.'


-크게 불안을 느낀다(23%),다소 불안을 느끼고 있다(54%)
'귀하는 식탁의 안전을 지키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까.'


-전혀 도움이 안된다(12%),별 도움이 안된다(53%)


일본 아사히신문이 최근 이색 기사를 실었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였다.


2천15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의 설문은 다양했다.


반응은 제 각각이었다.
그러나 설문의 포인트가 '안전'으로 돌려졌을 때 응답자들의 태도는 한쪽으로 기울었다.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일본 가정의 식탁을 점령한 화두는 '불안'과 '불신'이다.


지난해 가을 광우병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데 이어 올해 초는 유명 식품회사들의 원산지 바꿔치기 등 위장사기 사건이 꼬리를 물었다.
최근엔 무허가 첨가물을 넣은 중국산 가공식품이 불신을 자극한데 이어 중국산 건강식품을 섭취한 12명이 죽거나 신체 장애를 일으킨 사건까지 발생했다.


며칠전엔 중국산 냉동시금치에서 허용기준치를 넘는 살충제가 검출돼 일본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토양,수질 오염과 무분별한 농약사용,그리고 악덕기업,상인들의 농간은 어느 나라에서건 식탁의 안전을 위협하는 검은 그림자로 도사려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먹거리 사고는 단시간에 다발적으로 터졌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특히 사태의 진원지가 중국에 집중돼 있어 중국산 전체 식품의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사회의 먹거리 공포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선 한국이 중국산 농산물과 식품을 대량수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렇다.


또 하나는 일본시장에서 외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이 고조될 때 한국산도 도매금으로 몰매를 맞을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안 그래도 자민당 의원들은 농민보호 명분으로 걸핏하면 '외국산 야채는 불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처지도 편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유비무환'의 네 글자는 암기용으로만 있는 고사성어가 아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