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경기부진 그늘속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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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의 잇단 회계스캔들은 최고경영자를 꿈꾸는 MBA(경영학석사) 학생들에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메릴랜드대 MBA과정 1년차를 마치고 여름방학을 맞은 브레트 로저스.예년 같으면 뉴욕 월가의 내로라 하는 금융회사에서 여름방학 인턴십(수습)을 할 수 있었지만,올해는 매일 등교하고 있다.
대학캠퍼스에서 창업을 준비 중인 인큐베이터를 돕는 게 로저스의 여름방학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증권회사를 퇴직하고 MBA과정에 입학한 그로선 1년간 배운 지식과 증권회사 경험을 살려 세계적인 금융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캠퍼스 인큐베이터에서조차 자리를 구하지 못한 동료 학생들을 보고는 자족하고 있는 것이다.
메릴랜드대 MBA과정 1년을 마친 학생들은 2백22명.이중 절반 정도만이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인턴 자리를 구했다.
나머지는 학교에서 캠퍼스 인큐베이터와 묶어주는 게 더없이 고마울 뿐이다.
그 자리조차 얻지 못한 많은 학생들에겐 올 여름방학이 더없이 무덥고 괴로운 시간이 됐다.
학부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MBA에 입학한 닉 바버도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생명공학회사 인턴 생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전공을 살리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생명공학회사에서 많은 것을 배울 것으로 생각하고 여러 곳에 원서를 냈다.
하지만 그에게 날아온 답변은 '채용 불가' 뿐이었다.
유명대학 MBA만 마치면 곧바로 연봉 10만달러를 받을 수 있는 MBA 전성시대가 기울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IT(정보기술) 거품이 꺼지면서 찾아온 경기침체로 유명대학 MBA들도 예년 같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회계스캔들이 잇따르면서 대기업들의 부도가 나 인턴 자리마저 구하지 못한 MBA 재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MBA들에게 인턴 과정은 필수 코스다.
기업세계를 몸으로 익힐 수 있는 기회이자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 대학의 많은 MBA 재학생들은 로저스처럼 여름방학 내내 캠퍼스를 지키는데 만족해야 할 정도로 경기부진의 그늘에 시달리고 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