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우울한 미국 음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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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이 생활의 일부인 흑인이나 남미출신들이 많은 탓이기도 하지만,백인들도 음악을 즐기는 것은 예외가 아니다.
학교 교육에서부터 음악을 강조한다.
초등학교만 나와도 한두가지 악기는 기본으로 다룰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양처럼 한가지 악기만 잘 다뤄도 하버드대 입학이 허용될 정도로 음악을 중시한다.
그런 미국 음악계의 요즘 주제는 '블루(Blue)'와 '멜랑콜리(Melancholy)'.우울하다는 뜻의 이 두 단어가 음악계를 지배하고 있다.
최근에 유행하는 '음악의 흐름'이 아니라 '침체된 음악산업'의 분위기를 전해주는 말이다.
우선 앨범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올 상반기 앨범판매량은 3억7백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줄었다.
80년대 초 이후 20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3%)를 보인 지난해 상반기 음반판매량이 올해는 그 폭을 더욱 늘린 것이다.
상반기 음반판매량 최고치였던 2년 전(3억7천3백만달러)과 비교하면 무려 20%의 감소세다.
히트앨범수를 봐도 그렇다.
최고 인기그룹 에미넴의 에미넴쇼가 3백60만장 팔리는 등 기록적인 판매량을 보이기도 했지만 지난해 34개에 이르렀던 '1백만장 이상 판매앨범'은 올해 20개에 그쳤다.
장르별 판매현황을 보면 더욱 '블루'하다.
젊은이들과 흑인들이 좋아하는 '랩'과 '리듬&블루스'가 각각 19.1%와 17.6%씩 줄어드는 등 감소폭이 가장 컸다.
점점 장기화되는 경기침체가 경제력이 없는 계층의 음악소비를 줄이게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숫자다.
컨트리음악이 0.7% 늘어나는 등 그나마 평년작을 유지한 것을 빼면 판매가 증가한 것은 복음성가뿐이다.
1천9백80만달러에서 2천3백40만달러로 무려 18% 늘어났다.
복음성가협회의 프랭크 브리든 회장은 "복음성가는 1백만장은커녕 10만장 팔리는 베스트셀러도 거의 없는 실정임에도 평소보다 많이 팔렸다"며 "테러와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주가 폭락 등 미국인들이 지금 뭔가 위로받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고 나름대로 의미를 해석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