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햄버거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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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패스트푸드를 말할 때는 햄버거를 먼저 지목한다.
햄버거는 원조격인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이제는 세계 도처에서 즐겨 먹는 식품이 됐다.
공산국가들이 몰락하면서 가장 먼저 들어선 것도 햄버거가게였다고 하니 그 맛의 위력을 짐작할 만하다.
햄버거를 보급시킨 선구자는 '맥도날드'였다.
그 창업자는 맥 맥도날드와 딕 맥도날드 형제였는데,이들은 1937년 캘리포니아의 패서디나에서 처음 가게를 열고 '싼 가격으로 더 큰 햄버거를 더 빨리 서비스한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두 형제는 메뉴를 단순화하고 요리 과정도 전문화하는 등 분업을 꾀했다.
오늘날 소위 '맥도날드 제국'은 레이 크락이란 사업가가 1955년 이를 사들여 전국 체인화에 성공하면서 그 초석이 놓여진 것이다.
미국에는 맥도날드 외에도 버거킹이나 웬디스 하디스 서브웨이 피자헛 파파이스 등이 '퀵 서비스 레스토랑'으로 자리잡아 매년 두드러진 매출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햄버거 피자 핫도그 등을 파는 패스트푸드점의 이러한 성장은 우선 음식이 싸고 편리하고 신속한데다 언제 어디서나 맛이 같아 고객들의 사랑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패스트푸드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미국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무려 3천억달러라는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낸 변호사 가운데 한 사람인 존 밴자프가 패스트푸드의 유해성을 지적하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다.
그는 업계가 비만을 유발하는 유해성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아 해마다 30만명이 비만 때문에 사망하고,1천1백70억달러의 재정손실을 가져오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동안도 패스트푸드는 지방이 많고 칼로리가 높아 혈중 클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는 비판을 받아오던 터였다.
업계는 비만이 개인적인 문제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자칫 거액의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유해성의 입증이 쉽지 않겠지만 결국 편리하게 먹는 햄버거 등이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몰리게 됐다.
우리가 즐겨먹는 김치 된장 등의 발효식품은 이런 걱정이 없으니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