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3400만명 국내 1위 .. SK, 카드 진출

SK텔레콤의 신용카드사업 진출은 카드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SK가 보유한 3천4백만명의 고객과 모바일뱅킹 기술력이 신용카드업에 맞게 조직화될 경우 카드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다. 전문계 및 은행계 카드사들이 18일 SK의 카드사업 진출에 따른 파장 분석에 나선 것도 SK의 이같은 잠재력을 의식한 때문이다. 카드업체들은 SK의 진출로 신용카드 업계에 대규모 스카우트 태풍이 일어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거대 공룡 시장 진입 카드사들은 한마디로 SK텔레콤이 무섭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장지배력이 약한 후순위 카드사들이 특히 그렇다. 카드사들이 우려하는 점은 SK의 고객확보 잠재력이다. 알려진대로 SK는 막강한 잠재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멤버십 회원은 모두 3천4백만명에 이른다. 리더스클럽 회원 3백만명, TTL 회원 3백30만명, UTO 회원 1백10만명 등 7백40만명에다 SK(주)의 OK캐시백 회원과 엔크린 보너스카드 회원 등을 합친 수다. 이는 국내 최대 카드브랜드인 비씨카드 회원수 2천5백만명을 훨씬 웃돈다. 이중 절반만 회원으로 유치해도 업계 선두주자인 삼성카드와 LG카드에 버금가는 회원을 확보하게 된다. 2개 이상의 카드사에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중복회원 시장에 SK까지 끼어들게 돼 이래저래 카드사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SK는 신규참여할 예정인 대기업중 가장 많은 잠재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무서운 공룡"이라며 SK가 미칠 업계 파장을 우려했다. 하위권 카드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회원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하위권 카드사들에 비하면 SK는 땅짚고 헤엄치는 격"이라며 "SK의 진출로 하위권 카드사들의 회원모집은 더 어려워지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카드업계는 길거리 모집이 불가능해졌지만 SK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011 이동통신 가입고객과 OK캐시백 회원 등을 대상으로 회원전환 작업만 벌이면 되기 때문이다. 회원유치를 위해 건물을 오르내리며 설득하기보다 기존 고객의 전환에 주력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기존업계는 젊은층 고객들이 대거 SK 회원으로 흡수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SK가 보유하고 있는 멤버십 회원중 젊은 연령층이 많은게 사실이다. 그만큼 향후 신용카드 회원으로 전환시키기가 쉽다. 무엇보다 기존사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미래의 지급결제 수단인 모바일뱅킹 기술력.통신회사답게 기존 플라스틱카드보다 훨씬 앞서는 모바일결제 수단을 어느 업체보다 앞서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 ◆ 카드업체 인수.분사 활발해질듯 SK그룹의 신규 진입은 롯데 등 대기업의 카드업 진출에 불을 댕기는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캐피탈이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함으로써 시작된 대기업의 신용카드 진출이 본격 경쟁 체제로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진출을 추진중인 외국 금융기관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은행들이 카드사업부문 분사를 앞당기는 역할도 할 것 같다. 차일피일 분사를 늦출 경우 공룡 SK에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흥은행은 현재 49%를 투자 파트너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신용카드를 분사키로 하고 GE캐피털 씨티그룹 동부 등 3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협상을 벌이고 있다. 조흥은행 카드부문은 자산이 2조원대로 추산되며 GE캐피털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영국계 은행인 스탠더드앤차터드 등 2∼3개 외국계 자본은 모 카드사의 지분 인수를 추진중이다. 그동안 신용카드시장 진출을 위해 다각적인 검토를 해온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2금융권의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 등도 카드업 진출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기존 사업부제 형태로 카드업을 해온 우리은행(옛 한빛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최근 카드부문을 독립법인으로 전환,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어 시장경쟁은 격화될 전망이다. ◆ SK의 고민 SK는 비난 여론이 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자칫 통신사업에 서 번 돈으로 카드업에 뛰어든다는 말이 나올 경우 통신이용비 인하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돈이 되는 사업은 다 하려한다는 지적도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이럴 경우 통신사업으로 구축한 첨단이미지가 적지 않게 손상될 수 있다. 다른 계열사의 경영이 순탄치 않은 시점에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구설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고기완.유병연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