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공천시비 언제쯤 끝날까
입력
수정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8·8 재·보궐선거 공천이 끝나자 탈락자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무소속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등 당에 반기를 들고 나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나라당의 일부 탈락자들은 공천탈락에 반발하면서 이회창 후보 측근들의 '전횡'을 강력 성토했다.
민주당의 상당수 탈락자들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이런 유형의 무소속 출마자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공천 후유증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낙하산 공천 시비가 일고 특정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반발하는 움직임과 당사 주변에 탈락자들이 동원한 시위대가 몰려드는 모양새도 예의 그 모습이다.
공천위원들이 성난 시위대를 피해다니느라 진땀을 빼는 광경도 낡은 비디오를 다시 틀어보는 듯하다.
우리 정치는 이처럼 승복하지 않는 문화 때문에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당공천을 못받으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 다반사다.
그렇다고 이들만 나무랄 일은 아닌 것 같다.
우선 승리지상주의에 빠져 민주주의의 바른 전통을 만들지 못한 기존 정치권과 지도자의 책임이 적지않다.
후보자 선정 작업의 막바지에 이르러 '공천 룰'을 바꾸기 일쑤다.
이번 선거 공천만 해도 그렇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모두 상향식 공천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8·8 재·보궐선거가 연말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자 주요 정당이 경쟁적으로 중앙당에서 후보를 낙점하는 형식의 공천에 의존했다.
더구나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으로서는 당내 민주주의도 중요하지만 상향식 공천의 폐해를 또다시 감수할 여유가 없다는 판단이 선 듯하다.
이번에 한해 상향식 공천을 유보한 것이라고 강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에서는 눈앞의 선거를 승리해야 하는 정당의 목표와 당내 민주주의,승복하는 정치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시대가 멀게만 느껴진다.
정종호 정치부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