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요즘…] 금감원 위상 재정립 주목..부원장보 간부회의 업무보고
입력
수정
매주 월요일 오전 9시,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위원회 청사에서는 금감위.금융감독원 합동 간부회의가 열린다.
금융감독 정책의 "시행 각론"이 다듬어지는 현장이다.
회의 주재자는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위원장 양쪽에 국장급 이상 금감위 간부 공무원들과 부원장보 직급 이상의 금감원 핵심 브레인들이 모두 자리한다.
이 주례 간부회의가 지난 15일부터 조금 바뀌었다.
이날 회의 때부터 금감원측의 '주요 추진업무' 보고자가 이사격인 부원장보로 바뀐 것.그동안 3명의 부원장들이 담당했던 업무다.
미묘한 변화지만 '한 지붕 두 가족'인 금감위와 금감원간 위상 재정립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금감원의 이성남 유흥수 김중회 이영호 부원장보는 요약된 한 쪽짜리 향후 추진업무를 2∼3분 가량씩 보고했다.
업무내용은 미확정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대외비' 사항.이들의 상급자인 강권석 정기홍 오갑수 부원장은 보고 대신 필요한 대목에서 간단한 부연 설명이나 '코멘트'만 했다.
간부회의의 업무 보고자를 바꾼 것은 이 위원장.이 위원장은 "부원장보다는 부원장보가 일선 업무의 중심에 서있는 게 옳다"며 부원장보들을 앞으로 좀 더 끌어당겼다.
금감원의 상급기관인 금감위쪽에서는 이전대로 국장들이 보고했다.
보고 순서 역시 종전대로 금감원보다 먼저 맡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위와의 위상 문제를 감안해 위원장이 금감원의 업무 보고를 부원장보들에게 맡긴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금감원은 이를 단순히 '누가 보고 하느냐'는 차원 이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부 부처인 금감위와 민간 조직인 금감원은 간혹 알력도 빚어왔다.
이따금씩 마찰음이 외부로 불거져 나오는 데는 금감원의 해묵은 피해의식도 한몫한다.
'업무협의를 할 때 누가 누구 사무실로 가느냐''회의 주재는 누가 하는가'와 같은 사소한 사안에서부터 '금융감독과 구조조정의 실무를 어느 쪽에서 주도해야 하는가' 등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금감위와 금감원은 은근히 신경전을 벌여왔다.
밖에서 보면 한 집안으로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의전'이나 '격(格)' 문제로 티격태격해온 것.
다만 두 기관의 장(長)을 이 위원장이 겸하다보니 갈등이 심화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두 기관의 직급간 '격'은 대체로 가닥이 잡혔다.
금감위 과장-금감원 국장,금감위 국장-금감원 부원장보를 같은 선상에 놓고 이를 기준으로 일을 한다.
이렇게 견주는 데도 양쪽 모두 불만은 있다.
간부회의에서 부원장보들이 한 발 앞쪽으로 나서면서 두 기관간 위상이 재정립될지 주목된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