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美경제 기대와 현실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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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진단들이 쏟아진다.
그 중에 좀 새롭다 싶은 것은 어느 실물부처 고위 공무원의 이야기다.
그는 금융시장이 원하는 것과 산업현실간의 갭 내지 금융시장 논리의 압박이 빚어낸 무리(無理)로 해석했다.
기대와 현실에 차이가 있는데도 기대를 현실로 착각하거나 그러고 싶어한 결과 외화내빈(外華內貧)이 드러났다는 얘기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용어 중 하나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다.
핵심은 다국적 기업과 국제금융 기관들의 아시아지역 본부를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와 함께 강력한 세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포스트 월드컵대책의 골자라는 것도 결국은 여기로 모아지는 것 같다.
때마침 KOTRA가 50개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아·태지역 본부 후보지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했다.
이런 조사에서 산술적인 평균순위라는 것은 원래 아무런 의미도 없다.
중요한 건 결국 1순위인데 홍콩(26.1%) 싱가포르(23.9%) 상하이(21.7%) 호주(19.6%) 말레이시아(8.7%) 등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까지 포괄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을 일깨워주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조사결과다.
그렇다면 경쟁후보지를 압도할 세제특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걸까.
세제혜택 때문에 들어온다면 더 나은 곳이 나타날 경우 언제든 떠날 것이다.
쉽고도 위험한 것이 이런 세제특혜 경쟁이라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규칙을 만드느라 고심했는지 모르겠다.
덤핑경쟁을 한다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유치해야 할 만큼 국제 비즈니스나 금융의 지역본부라는 것 자체가 과연 실익이 있고 또 그렇게 절박한 것일까.
최근 국내기업들의 현금보유가 크게 늘고 있다지만 추가적 설비투자에 적극 나설 것 같지는 않다.
반면 미리 우수인력을 확보하느라 연구개발비를 늘리려는 움직임은 보인다.
이것은 뭔가 불확실한 가운데 불안해하고 또 고민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여기에는 그럴 이유도 충분한 것 같다.
미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엊그제 삼성경제연구소는 '1달러=1,000'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G경제연구원은 5년내 산업공동화 압력이 거셀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화사회 진입도 큰 변수가 아닐 수 없다.
또 다시 기업과 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기업들로선 전략을 다시 짜야 하고,새로운 산업의 경쟁력을 찾아 나서야 할 판이다.
아무래도 지금 정부가 할 일이 따로 있는 듯 싶다.
인력과 연구개발에서 기업의 불안과 고민을 덜어주는 일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동북아 인력 및 연구개발 허브'를 지향하는 것이 차라리 어떨지.시간이 걸려도 국제 비즈니스나 금융의 외양적 화려함보다 훨씬 실속있는 일 아닐까.
논설ㆍ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