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청계천복원 명분과 실리 .. 金鎭愛 <건축가>

金鎭愛 정치인의 아킬레스건은 선거공약이다. 눈에 띄는 공약일수록 모험도 크지만,당선되고 나면 부담도 크다. 김대중 대통령의 '그린벨트 해제'가 그러했듯 이명박 신임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도 그런 사안이다. 친환경,친역사보전적 입장으로 알려진 필자이니 청계천 복원에 유보적인 데 대해 주변에서 공격도 받는다. 다만 사안이 중차대한 만큼,다음 사안들에 대해 구체적 검증이 있기 전까지 청계천 복원은 '추진'이 아니라 '검토'가 되기를 바란다. 첫째,'건천'청계천을 복원하기 위해 중랑천에서 물을 끌어들이는 등 인공적으로 수원을 확보하는 것이 과연 친환경적인 것인가? 그에 따른 지속 관리비에 투자할 만한 효과가 있을까?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다른 친환경적인 방식을 택할 수는 없을까? 예컨대,대구는 지난 몇년 동안 87개의 작은 분수를 만들어서 도심의 온도를 2도 정도 낮추는 효과를 거둔 바 있다. 건천의 문제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수원이 마르고 지하수 수심이 내려가는 현대 도시에서 도심을 흐르는 천의 관리는 어느 도시에서나 힘들다. 인구 백만의 수원천은 상류에 저수지가 있기 때문에 물이 흐르고,광주천은 무등산이 있음에도 점점 물이 줄어들고,대구의 신천이나 서울의 양재천은 그나마 도심에서 벗어나 있기에 일정 수량이 있다. 연중 비의 90%가 장마기에 내리는 우리의 기후 조건에서 파리의 센강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최근 복원된 제주의 산지천은 지하에서 용천수가 솟고,바닷가라서 밀물 때 해수가 들어오기 때문에 하루 두번 물이 차는 것이다. 둘째,3~5가 일대를 재개발해 기존의 도심산업을 내쫓는 것이 사대문안의 균형 잡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바람직한 것인가? 도시란 첨단시설과 기능만으로 운영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세계적인 뉴욕시 경쟁력은 세계적 기업들과 함께 중소건축물 동네에 포진하고 있는 수많은 중소벤처 덕분이다. 그들은 그것을 '실리콘 앨리(alley:골목)'라 부른다. 예컨대,동대문시장 일대가 경쟁력 있는 것은 신규 대형쇼핑센터 덕분만은 아니다. 주변의 마지널(marginal:한계적) 시설들을 활용해서 일하는 빙산 같은 인프라산업들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런 역학을 부디 천착해야 한다. 자꾸 고층건물만 지으면 '속 빈 강정'이 될 위험이 농후하다. 셋째,3~5가 일대를 재개발해 고층 마천루화하는 것(서울시에서 발표한 조감도를 보면 그렇다)이 과연 사대문안 역사환경을 보전하는 지혜로운 방법인가? 더구나 그런 마천루는 분양 잘되는 주상복합으로 개발될 확률이 높은데,종묘나 남산을 조망하는 고급아파트를 짓자고 재개발하나? 사대문안이 남대문에서 동대문까지 마천루로 덮여야 하는가? 넷째,교통문제다. 도심의 기능,교통수요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청계천 고가도로를 흉물이라고들 하지만 필자는 꼭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첨단 고층건물들이 즐비한 도쿄 상하이 홍콩의 고가도로는 친근한 도시풍경 중 하나다. 다만,청계천 고가도로는 40년 전의 산물이니만큼 기둥도 많고 디자인도 친환경적이지 않을 뿐이다. 만약 꼭 필요한 도심 고가도로라면 새로 디자인하거나,안전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보수 공사는 당장 추진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다섯째,재원 조달과 투자우선순위 문제다. 지하철 부채로 허덕이는 서울시가 수조원에 달할 공사비와 복원비와 주변 처리비와 관리비를 견뎌낼 수 있는가? 현재의 투자 우선순위에 합당한가? 필자가 오래 살던 보스턴의 고가도로를 지하화하는 공사는 1988년에 시작해서 아직도 마무리가 되지 않았는데,예산은 당초 계획의 10배로 늘어서 매사추세츠주는 재정이 휘청거린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도시에서 명분과 실리의 조화는 아슬아슬한 곡예와 같은 것이다. 1백% 맞는 정답이란 없다. 순수한 자연복원도 아닌 '청계천 복원'의 명분에 휩쓸리기보다는 냉철하게 실리를 따져보고 진정하게 '지속 가능한 개발'인지 따져봐야 한다. 언론들도 '선거 공약이니까'하는 식으로 서울시장을 밀어붙이지 않기를 바란다. 면밀하게 검토하라.그리고 판단하자. jinaikim@seoulfor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