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컴 美 사상최대 파산 .. 분식회계연루 기업 도미노 파산 우려

미국 2위 장거리 전화회사인 월드컴이 21일 뉴욕 남부지원에 미 기업 역사상 최대규모(자산 기준)의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월드컴은 4백1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 상환 압박에다 분식회계 스캔들로 자금조달이 끊겨 결국 법원에 '생명 연장'을 요청한 것이다. 월드컴의 파산보호 대상 자산규모는 1천38억달러로 앞서 파산보호를 신청한 엔론보다 4백억달러 가량 많다. ◆월드컴 회생할까=7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기업 월드컴은 우선 채권단으로부터 20억달러를 긴급 수혈을 받아 회사재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GE캐피털 등이 월드컴 자산을 담보로 이같은 자금지원 방안에 합의했다. 특히 월드컴의 파산보호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채권회수도 일정기간 중단된다. 이에 호응,존 시즈모어 월드컴 최고경영자(CEO)도 "20%인 1만7천명을 감원하고 장거리전화서비스업체인 MCI 등 일부 주력사를 제외한 비핵심사업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남미와 일본 지역 통신사업이 매각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업의 가치가 낮아 매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많지 않다. 또 일부 채권단이 시즈모어 CEO의 퇴임을 요구하고 있어 회사재건 일정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1983년 설립돼 75회 이상의 인수합병을 통해 첨단기업의 대명사로 우뚝 섰던 월드컴이 예전의 명성을 다시 회복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시각이 강하다. ◆미 경제에 미칠 영향=월드컴 투자자는 물론 은행 연기금 보험회사 등 1천여개 채권기관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99년 주당 62달러까지 치솟았던 월드컴 주식은 지난 주말 주당 9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건트러스트는 1백72억달러의 월드컴 회사채를 보유,채권규모가 가장 크다. 멜론은행(66억달러)과 씨티은행(32억9천만달러) 등도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도쿄미쓰비시 등 일본 은행들이 볼 피해액은 최고 4백억엔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회계부정에 연루된 다른 미국 기업들의 연쇄파산 우려가 확산돼 미 증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월드컴의 파산보호신청은 통신장비 업계의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컴 경쟁사인 AT&T와 스프린트 등에 통신장비를 공급하는 시스코시스템스 루슨트테크놀로지 등은 혜택을 누리는 반면 노텔네트웍스 등은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