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옵션시장 긴급진단] (下) 위탁증거금 인상등 '속도조절' 시급
입력
수정
"거래소가 운영하는 '복권시장'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전문가들은 신용불량자들이 옵션을 이용해 사기를 벌이는 파생시장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식시장이 그렇듯 어느 정도 '투기적인' 요소가 가미될 수밖에 없지만 위험천만한 선물옵션시장에서 개인의 거래비중이 70%를 넘어서고 신규계좌를 개설한 고객이 한달을 버티기가 힘든 '과속'은 문제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우선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물을 보유한 투자자가 갑작스런 시장상황 변화로 처하게 될 위험을 헤지(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파생시장이 탄생한 배경을 되돌아볼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시장 활성화에만 신경쓰다보니 현재 파생시장은 정상을 벗어나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002년 6월말 현재 거래되는 옵션 행사가격을 보면 만기일 청산이 불투명한 외가격의 거래비중이 전체의 76.1%를 차지하고 있다.
양영빈 델타익스체인지 금융공학실장은 "최근 자체 조사결과 개인들이 5백만원으로 계좌를 튼 뒤 평균 15일이 지나면 깡통계좌가 돼버렸다"고 전했다.
그는 또 속도조절을 위해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증권사에 선물·옵션 신규계좌 개설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5백만원.시장개설 초기 3천만원이었던 위탁증거금은 2000년 1천만원,지난해 2월 5백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러다 보니 사전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대박만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부나방처럼 몰려들어 부작용이 사회문제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양영빈 실장은 "거래대금의 평균 0.5% 수수료는 증권사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익"이라며 "최근 옵션사기 사건도 알고 보면 증권사의 무분별한 약정경쟁이 빚은 인재"라고 꼬집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이에대해 "시장초기에 투기적인 거래를 막기 위해 증거금이 많았으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옵션시장이 거래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해 더 이상 투기적인 거래를 염려해 진입장벽을 높일 이유가 없다는 게 증권거래소측의 설명이다.
증권거래소측도 고민은 있다.
일본도 사전증거금 제도를 없앤지 오래다.
세계적인 추세가 사전증거금을 없애거나 줄여나가는 추세를 거스른다는 비난을 감내하긴 쉽지 않다.
이필상 교수는 "사전증거금이 새로운 규제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 갈수록 깊어지는 투기열병을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증거금 인상 등의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거래소시장의 투자자별 거래동향도 폐지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태영 델타포 투자자문 대표이사는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어느 지역에서도 외국인 동향을 제공하는 곳은 없다"며 "거래비중의 6%밖에 안되는 외국인의 움직임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고 이를 외국계 펀드들이 악용하며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현실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