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美 신뢰회복으로 가는 길

최근 미국 경제동향이나 주식시장은 주식 투자자들은 물론 워싱턴의 경제전문가들에게 대혼란과 엄청난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 경제시스템에 대한 신뢰상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혼란스런 과제가 됐다. 모든 관심은 회계와 기업지배구조에 쏠려 있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근의 잇단 부정회계 스캔들에서 드러난 시스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분명한 개혁이 필요하다. 최근 상원에서 통과된 기업개혁법안은 그런 점에서 합리적이고 적절하다고 본다. 뉴욕증권거래소가 제안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안도 사려깊은 내용이다.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을 비용으로 처리하자는 주장 역시 실행과정에서 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어려운 숙제이지만 신중하게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회계와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과제이지만 경제의 기초적인 여건을 강화하고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1990년대를 잠시 돌아보자.93년에 들어선 클린턴 행정부는 강한 경제와 신뢰회복을 위한 전략을 시행했고,그 결과 많은 실적을 거뒀다. 7%에 달했던 실업률이 4~5%대로 낮아졌고 생산적인 투자가 배로 증가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대를 구가했고 2천만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 지금 이 시점에서도 90년대의 호황을 가능케 했던 건전하고 종합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구체적으론 다음 네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건전한 재정정책이 필수적이다. 2001년 1월 5조6천억달러의 재정흑자가 예상됐지만 현재는 모두 날아가 버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추진 중인 10년 감세정책으로 1조7천억달러의 흑자가 사라지게 된다. 간접비용까지 포함하면 그같은 감세조치는 장기적으로 재정상태를 위협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건전한 재정정책은 단기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금리를 낮추는 역할은 물론 소비자들과 기업인들의 신뢰를 높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저축이 부족한 미국의 경우 해외자본을 끌어오는 동인으로도 작용한다. 10년 감세조치는 경제가 어려울 때 경기확장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건전한 재정을 반드시 회복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 아래서만 유용하다고 말하고 싶다. 둘째 무역자유화와 시장개방이 중요하다. 90년대의 경제호황도 이 두 가지에 힘입었고 앞으로도 미국경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와 관련,우선 부시 대통령이 요구한 무역촉진권한(패스트 트랙)을 부활시켜 주면서 철강수입관세와 농산물 보조금을 철회해야 한다. 철강수입관세는 세계무역자유화를 위협하고 기업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셋째 미래의 노동생산성을 높이는데 예산지출의 우선권을 둬야 한다. 공공교육시스템을 개선하고 가난한 계층도 주류 경제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테러와 지정학적인 불안요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테러 불안은 국가 안보는 물론 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응자세를 갖춰야 한다. 이상의 네 가지 과제를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치적인 여건도 부담요인이다. 하지만 그런 과제를 확고하게 실행할 수 있는 강한 의지가 90년대 경제번영을 가능케 했고 지금이나 미래의 경제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리=고광철 워싱턴 특파원 gwang@hankyung.com -------------------------------------------------------------- ◇이 글은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전 미국 재무장관)이 워싱턴포스트 21일자에 기고한 'To Regain Confidence'를 요약한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