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일자) 주5일제 입법 쫓기듯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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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노사정위원회의 최종협상이 결렬되자 정부가 단독으로 오는 9월 정기국회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제출,연내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입법을 강조해온 우리로서는 지난 2년여동안의 지루한 협상에도 불구하고 노사정위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기만 하다.
협상이 결렬되자마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정부가 서둘러 단독입법 방침을 천명하고 나선 것은 경솔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잖아도 정부가 은행권을 앞세워 토요휴무를 시행케 하는 등,주5일제를 기정사실화시켜 조기도입을 밀어붙이는 쪽에 무게를 두어왔음에 비추어 단독입법 추진이 놀랄 일은 아니지만 과연 국민경제를 위해 바람직한 일인지 의문이다.
합의무산이 정부의 단독입법을 합리화시켜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동안의 주5일제 논의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는커녕,오히려 노사정간 갈등의 골만 깊게 파놓은 참담한 현실은 정부가 의도했든 안했든 노동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정부는 연내 주5일제 입법이 마무리되면 막바로 내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이처럼 서둘러 결말을 내려는 이유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혹시 연말의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이유에서라면 더더욱 용납못할 일이다.
주5일 근무제가 현 정권의 공약사항임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스스로 정한 최종시한에 쫓겨 현정권 임기내에 반드시 입법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필이면 지금처럼 국내외 경제상황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판에 기업경영과 국민생활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올 중대 사안을 노사간 합의도 없이 정부 혼자 밀어붙인다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일이 되기 쉽다.
정부의 단독입법 추진에 대해 벌써부터 노동계는 '총파업'운운하고 있고 재계 역시 기업에 일방적으로 부담을 주는 입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합의무산에 따른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모든 작업장에 대해 주5일 근무제를 법으로 강요하는 정책은 시기상조"라며 입법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서 새로운 정쟁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데다 특히 기업들이 수용태세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토요휴무가 법제화될 경우 그 부작용이 어떠할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주5일제는 정부 혼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