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美 감세정책의 함정

[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9·11테러'와 경제위기는 미국인들에게 탐욕의 위험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새로운 시대정신에 둔감하다.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을 밀어붙이면서 가난한 어린이들이 부유한 어린이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출발할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조세정의를 위한 시민들의 모임'과 '아동보호기금'이 내놓은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 의회가 통과시킨 감세정책은 오는 2010년 미국 납세자중 1%에 불과한 최상층(연간 수입 1백50만달러 이상)의 세금부담을 1천2백10억달러 경감시켜 준다. 이는 그 해 예상되는 세금감면액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이와는 반대로 최하위층인 20%가 받는 세금 감면혜택은 총 감면액의 1%에 불과하다. 감세 조치로 영세민들이 받는 혜택은 1인당 98달러에 불과한 셈이다. 부시 행정부가 감세정책을 추진하며 내세웠던 '하위층이 중산층으로 가는 열쇠'로 여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올해 이미 평균 1만2천달러씩 감면혜택을 받은 최상위 부유층은 2005년까지 감세혜택의 80%를 누리게 된다. 앞으로 12년여동안 부유층은 1인당 34만2천달러씩의 감면혜택을 받아 연방 예산 5천억달러를 고갈시킬 것이다. 미국 사회의 부가 엄청난 이동성을 갖고 있어 불공정한 분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낙천적인 믿음에 따르면 부자가 가난하게 될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일어난다. 하지만 관련 자료들은 이런 맹목적 낙관주의가 주장하는 어떤 이론도 뒷받침해 주지 않는다. 최상층은 세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감세혜택도 그만큼 많이 받을 자격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전체 세금의 26%만 부담하는 부자들이 감세 혜택의 절반 이상을 누리는 것은 뭘로 설명할 수 있을까. 부시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기간중 '어린이 보호기금'의 구호인 "더 이상 아이들을 방치하지 말라"는 말을 공약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수백만 명의 아이들은 방치되고 있다. 미국 어린이 다섯 명 중 한명은 태어난 이후 첫 3년 동안 가난에 시달린다. 또 초등학생 4학년 아이들의 대다수는 아직 읽기조차 제대로 못하거나 그 학년에 요구되는 수준의 산수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헤드 스타트(Head Start)'의 보호를 받게 될 아이들은 거의 늘지 않았다. 그런데 감세조치로 인해 추가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예산은 교육예산의 40배가 넘는다. '아이들을 방치하지 말자'는 취지의 개혁법안에 서명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지난 7년 이래 가장 부실한 교육예산을 내놓은 것이다. 아동에 관한 세금을 연말정산을 통해 환불받도록 하는 좋은 제도도 있다. 이런 방법으로 근로소득을 늘려준다면 정부 예산을 3백40억달러만 써도 모든 영세민들의 삶을 중산층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영세민들에겐 인색하면서 부자들을 위해선 감세 수위를 높이는 정책이 옳지 못하며 비생산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이 메시지를 받아들이도록 만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정리=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 ◇이 글은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7월8일자)에 런던비즈니스스쿨 로라 단드리아 타이슨 학장이 기고한 'Tax cut for the rich are even more wrong today'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