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 4부 : (5) '수입 지출은..'

그동안 정치자금개혁에 대한 논의는 규제의 강도를 높이는데 집중돼 왔다. 결국 정치인들은 강화된 규제를 피해가기 위해 음성적인 자금거래에 의존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환경속에 정치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부작용은 음성자금을 완벽하게 차단하려 한다든지 자금거래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조치만으론 제거하기 힘들다. 보다 현실적인 대안은 자금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면서 떳떳하게 자금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정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 정치자금 공개기준 낮춰야 =정치자금거래의 투명성이 떨어지는 이유중 하나는 정치자금 기부에 대한 공개기준이 없거나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일정 금액이상을 헌금할 경우 이를 반드시 공개하도록 하는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정치자금법은 후원인이 연간 1억2천만원 (법인의 경우 2억5천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다. 중앙당 후원회에는 1억원(법인은 2억원)까지, 지구당에 대해서는 2천만원(법인은 5천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이 제공한 정치자금을 공개하는 기준은 엉성하다. 후원 회원이 아닌 자가 익명으로 기부할 수 있는 한도를 '1회 1백만원이내의 금품'이라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자금조달에 관련된 명세공개가 한정적인 데다 1백만원까지 익명으로 기부할 수 있다는 기준도 높은 편이다. 일본은 5만엔이 넘을 경우, 미국은 2백달러가 넘을 경우 기부자의 성명을 공개하도록 돼 있다. 한국도 총액제한과 더불어 20만원 이상 정치자금을 기부한 경우에는 기부자의 성명을 공개해 대가성있는 정치자금의 수수를 최대한 축소해야 한다. ◆ 단일계좌 사용해야 =정치자금 수수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금거래가 한눈에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자금의 수지와 관련된 투명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관위 등에 본인 명의로 신고된 계좌를 통해서만 정치자금 거래를 허용하는 것이다. 여러 금융기관의 계좌를 사용할 수는 있으나, 본인 명의로 등록된 계좌를 통해서 거래된 경우에만 정치자금으로 인정하는 방법이다. 차명계좌의 사용을 법적으로 금하고 일정금액 이상의 기부는 수표사용을 의무화해 지정된 구좌를 통해서만 정치자금의 수입 지출을 이뤄지게 하면 자금거래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정액 영수증을 발급해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것은 부실기재를 근절하기에 미흡한 방법이다. ◆ 공개방식 개선해야 =정치자금과 관련된 자료를 일반에 공개하도록 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것도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의 중요한 요인이다. 시민단체 및 유권자에 의한 검증과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정치자금의 수지를 기록한 회계보고서를 3년간 보존하게 하고 공고 후 그 내역을 3개월간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개기간이 한정되어 있는 데다 자료 복사를 제한하고 있어 유권자나 시민단체에 의한 실효성있는 검증과 감시가 어렵다. 따라서 회계보고서의 공표 요건을 간소화하고 자료 보존 기간을 연장하는 한편 열람을 자유롭게 할 필요가 있다. 매년 정치자금 회계보고가 끝난 후 이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경우에도 공개 및 열람기간을 10년이나 20년 등으로 늘려 정치자금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정치활동을 어렵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한국경제신문 공동기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