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회계 투명성 CEO에 달렸다

미국기업의 재무제표와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다. 기업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속임수는 주로 스톡옵션 및 사내 연기금(401k·종업원 퇴직금 적립분) 수익과 연관돼 있다. 이는 엔론과 월드컴 등 한 두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S&P500지수에 포함돼 있는 기업들 중 대다수가 사내 연기금 수익을 계산할 때 연 11% 정도의 투자 수익률을 적용한다. 수익률은 매우 중요하다. 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게 잡아도 순익이 1억달러나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CEO들은 연기금 자산의 운용실적이 좋지 않을 때에도 높은 수익률을 적용하곤 한다. 하지만 기업내부 회계 책임자나 회계법인과 같은 외부 감사인들은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연기금 수익률보다 더 큰 문제는 스톡옵션에 대한 회계처리 문제다. 스톡옵션은 기업들로서는 막대한 비용인 동시에 경영진에는 큰 수익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경영진은 자신들의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을 매우 꺼리고 있다. 많은 CEO들이 주주들에게 거리낌 없이 스톡옵션에는 아무런 비용도 들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CEO들이 보유하고 있는 스톡옵션을 그와 똑같은 가치를 지닌 보험이나 사무용품 등과 바꾼다고 가정해 보자.이 경우에도 기업에는 아무런 비용이 발생하지 않을까. 또 많은 CEO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스톡옵션의 비용을 산정하기란 불가능한 것일까. CEO들은 현찰을 전혀 들이지 않고 스톡옵션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장부상으로만 발생하는 연기금 투자수익은 회사이익으로 잡고 있다. 연기금 수익이 실제 현금수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예 무시해 버리고 있는 것이다. 회사가 종업원들에게 대가를 지불할 경우 이는 반드시 비용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만약 이런 비용이 손익계산서에 포함되지 않는다면,도대체 그것은 이 세상 어디에 속한다는 말인가. CEO들의 이같은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각종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CEO를 선임하거나 감사위원회를 두는 따위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CEO들이 지금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강조했듯이 CEO들의 마음가짐과 행동이 기업경영의 옳고 그름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CEO들은 존경받고 신뢰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들 자신이 먼저 그런 자격을 갖춰야 한다. CEO들은 몇 개의 썩은 사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지 말고,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다행히 몇몇 CEO들은 기업회계처리를 정직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의회의 기업회계 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로비를 하느라 주주들의 돈을 낭비하고 있다. 그들은 입으로는 원리원칙을 이야기하지만 자신들의 돈지갑을 채우는데 혈안이 돼 있다. 주주들의 이익과 국가를 위해 CEO들은 연기금 수익을 부풀리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또 스톡옵션과 같은 성격의 지출을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 지금 CEO들에게 필요한 것은 연구나 새로운 법안이 아니라 행동이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이 글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24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Who Really Cooks the Book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