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발행인 '카렌 엘리어트 하우스'] 호기심 많은 사람 채용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발행인이 지난 4일 바뀌었다. 발행인을 겸임하던 피터 칸 회장이 모회사인 다우존스 회장만 맡고 카렌 엘리어트 하우스 국제담당 사장이 뒤를 이었다. 신임 발행인은 피터 칸 회장의 부인. 월스트리트저널 내부는 물론 언론계 전체에서도 "부부간의 임무교대"에 아무 토를 달지 않는다. 그만큼 신임 발행인의 능력이 뛰어나고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카렌 하우스 발행인은 지난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의 경제관과 언론관을 "기자답게" 솔직하고 담백하게 털어놓았다. [ 만난사람 = 육동인 뉴욕특파원 ] -------------------------------------------------------------- -최근 미국 경제가 기업들의 분식회계스캔들로 시끄럽습니다. 주가도 곤두박질 치고 있고요. 세계 자본주의의 모델인 미국에서 왜 이런 일들이 발생했다고 보는지요. "분식회계 같은 스캔들이 해당 업체들뿐 아니라 미국 경제 전반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 기업 모두가 이처럼 부정직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런 스캔들은 아주 소수 기업에만 국한되어 있습니다. 지나친 추측과 무분별한 폭로성 보도는 일시적이나마 급격한 금융시장 하락을 가져올 뿐이므로 자제해야 합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등 분식회계스캔들의 확산을 막으려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시장은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거짓말을 했거나 투자자들을 속인 사람들은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필요하면 감옥에 가야 하고요. 그러나 소수 기업들의 잘못에 대해 새롭고 복잡한 규제의 망을 만드는 것으로 대응해서는 곤란합니다. 만약 새로운 규제가 생긴다면 이는 오히려 더 많은 정직한 기업가들을 질식시키고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논설에선 이런 점을 분명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11테러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장 큰 피해자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신문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상 제작되는 것을 보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의 힘을 새삼 느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신문이 정상 제작될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입니까. "그날 편집진과 기자들은 물론 직원 모두 초인간적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붕괴된 세계무역센터(WTC) 바로 길 건너편 세계금융센터안에 있는 사무실에서 빠져나와 곧바로 72km 떨어져 있는 뉴저지주 사우스브른스위크 인쇄공장에 임시 편집국을 차렸지요. 홍콩과 브뤠셀의 아시아 유럽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들의 도움도 헌신적이었고요. 그같은 노력으로 올해 미국에서 가장 영예로운 언론상인 퓰리처상(9.11테러보도)을 받을수 있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수익이 작년보다 큰 폭으로 줄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경영이 어려울 때 발행인을 맡으셨는데 앞으로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의 다른 신문은 물론 전세계 언론이 모두 어렵습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때문이지요. 우리는 다른 매체들보다 기술과 금융부문의존도가 더 커 어려움도 많은 편이고요. 요즘들어 건강 여행 가전 보험산업 등 광고분야의 다양화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수익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89년부터 국제부문의 경영을 맡아오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의 국제화를 성공적으로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행인이 된 것이 현재의 제작시스템에 어떤 변화를 주는 것으로 해석할수 있는지요. "세계는 점점 글로벌화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유럽 미국의 모든 독자들이 가능한한 최고의 국제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고요. 그러나 아시아의 독자들은 아시아의 시각에 맞는 뉴스를 보기를 원합니다. 아시아판이 필요한 이유지요. 때문에 현행 3개 신문체제는 그대로 유지해 나갈 계획입니다." -기업은 신문의 주요 취재 대상인 반면 주요 광고주입니다. 그래서 어떤때는 균형잡힌 시각으로 기사를 쓰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사와 광고의 관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가장 신뢰할수 있는 언론매체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편집부문의 뉴스 결정이 비즈니스 부문과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지요.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자산입니다. 독자들은 우리 신문에서 읽은 것을 모두 믿습니다. 그 이유는 그 기사가 우리의 편집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누군가가 돈을 주고 샀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사 내용을 가지고 광고주들과 얼굴을 붉히며 싸운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일부는 광고를 빼겠다고 위협했고 실제 뺀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런 언론의 정도를 걷는 모습이 신문에 대한 신뢰를 주고 더 나아가 독자들이 광고도 믿게끔 한다고 설득하면 대부분 이해해 줍니다." -지난 70년 "댈러스 모닝 뉴스"의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내딛었는데 왜 신문기자가 되겠다고 생각했는지요. 지금 그 꿈을 어느정도 이뤘다고 판단하는지요. "워싱턴정가를 취재하는 정치담당 기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입사한지 1년만인 71년 10월 워싱턴 지사로 갔지요. 74년 4월 월스트리트저널로 옮겼지만 역시 정치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4년 뒤 국제담당으로 바뀌었고 그때부터 국제정치를 다뤘습니다. 국제정치에 빠져 그 뒤로는 한번도 미국 정치를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미국내 정치기자가 되겠다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국제정치를 다루며 훨씬 보람있는 생활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일선 기자시절 어떤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요. "88년 거의 1년간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1백50명을 만나 "90년대 세계가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 취재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일본이 일등국가가 되고 미국은 이류국가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습니다. 그때 5회의 시리즈물을 썼는데 핵심은 미국이 당분간 초강대국으로 남을 것이라는 것이었죠. 일본은 좋은 모방자이지만 위대한 창조자가 될지는 불투명하다는 판단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물이 새는 보트를 고치려는 선장(고르바초프)이 있었지만 그의 명령을 듣는 승무원이 없었고 유럽에선 통합을 하겠다는 의지보다는 논쟁만 있었다고 지적했지요. 기업가 정치인 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진 이 시리즈물의 주제는 당시의 일반적인 상식과는 정반대였었는데 아주 만족스런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신문기자로 취재활동을 할때와 경영자로 일하는 것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기자가 된다는 것은 가장 재미있고 좋은 일입니다. 그것은 새로운 것을 배울수 있는 자격증이니까요. 매일 능력있고 지적인 사람들에게 질문을 할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게 얼마나 좋습니까. 경영자가 되는 것은 좀 다른 만족감을 가져다 줍니다. 자기 스스로 한테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이 다르지요." -파키스탄에서 취재도중 사망한 대니얼 펄 기자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들의 기자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장을 뛰는 기자들에게 어떤 정신자세를 요구하는지요. "우리는 전문가들을 채용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지적이고 호기심많은 사람들을 뽑지요. 그런 사람들은 모든 것을 배울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기사도 전문가들을 위해서만 쓰지는 않습니다. 기자들이 자신들이 다루는 영역의 전문가들이 신뢰할수 있는 기사를 쓸수 있도록 훈련시키지만 비전문가들도 읽을수 있는 기사를 쓰도록 요구합니다." -최근의 한국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지난 월드컵기간중 한국에 있었습니다. 한국 축구는 물론 한국 경제가 97년의 경제위기에서 멋지게 벗어나고 있는 것을 직접 보았지요. 한국의 장점은 지적이고 기업가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월드컵기간중 전세계인들이 이를 생생하게 지켜보았습니다. 한국인들도 스스로 매우 자랑스러워 했고요. 이런 긍정적인 모멘텀을 한국경제가 한단계 더 진전하기위해 필요한 개혁을 하는데 사용하면 한국 경제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