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등급 'A' 회복] 뼈깎는 기업 구조조정 결실 .. 의미

한국 경제는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되찾은 'A' 신용등급에 걸맞은 경제체질 개선을 이뤄냈는가.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일단 외환위기 이후 한국 정부와 기업, 금융회사들이 진행해온 구조조정 노력과 성과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러시아 멕시코 태국 인도네시아 등 비슷한 시기에 외환위기를 겪었던 다른 나라들과 달리 대대적인 부실기업 정리 등 과감한 구조조정과 회계제도 개혁 등을 통해 경제 전반에 대한 대내외 신뢰를 높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입된 1백5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재정을 위협하고 있고, 손실 추정금액과 회수 시한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등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노사문제를 비롯 만성적인 정쟁 등 '주식회사 한국'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위협 요인들이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때다. ◆ 돋보인 위기관리 능력 한국 경제는 최근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상대적인 부진과 비교되면서 '나홀로 호황'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견실한 성장궤도에 들어서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한국이 올해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와 실업률도 각각 3% 안팎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세계적인 미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P가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이유다. 대외결제능력을 나타내는 외환보유액은 1천1백억달러를 넘어서 '세계 4강'을 달성했다. 자율변동환율제 시행으로 외환시장이 자율적으로 작동되고 있고,외환위기 직후 크게 늘어났던 정부의 재정적자도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정보통신(IT)산업 뿐만 아니라 전자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으로 역동성 있게 대응하는 경제구조도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 기대되는 상승효과 한국은 2002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에 이은 국가신용등급 'A' 회복으로 대외 이미지를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이다. 신제윤 재경부 국제금융과장은 한국의 신용등급 A 회복에 대해 "프로야구로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기업들의 차입비용이 절감되고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심리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신용등급이 한단계 상승할 때마다 차입금리가 0.35%포인트 하락해 차입비용이 연간 5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단계 상승은 10억달러 이상의 이자비용 절감효과가 있다는 계산이다. 물론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의 등급 상향조정은 시장의 움직임을 뒤늦게 따라갔다는 측면도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A등급 대우를 받아 왔다. 한국 정부가 발행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은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Baa2에서 A3로 올리기 이전부터 A3등급 국가인 헝가리 중국보다 낮은 금리로 거래돼 왔다.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외국 펀드들의 경우 이미 지난 2월부터 스와프(swap) 거래시 한국의 국가위험도를 일본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다. ◆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국가신용등급을 'A'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아직 만족할 단계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인 97년 10월까지만 해도 S&P와 피치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했고 무디스는 A1(A+와 동급)을 부여했다. 당시 수준을 되찾으려면 앞으로도 두세 단계 이상의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무디스 S&P 등으로부터 최고의 신용등급(AAA)을 평가받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싱가포르 정도다. 호주 캐나다 일본 대만 등이 AA급이며, 한국과 홍콩 쿠웨이트 그리스 이스라엘 등은 그보다 낮은 A급의 점수를 받고 있다. 이 중 일본과 대만은 아직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높지만 전망은 부정적(negative)이어서 조만간 하향조정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