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인력난 해결 묘책 없나


"직원이 모자라 어렵게 장만한 수억원짜리 기계가 그대로 서 있다.


주문을 받아도 일할 사람이 없다."(경기도 성남 A전기 대표)
"구인 광고를 수도 없이 내봤지만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


어렵게 고용해도 하루이틀 나오고 그만두기 일쑤다."(경기도 안산 D기업 대표)


"가족들이 기계를 돌리고 있다.
공장을 팔고 해외여행이나 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서울 K화학 대표)


최근 계속되고 있는 인력난이 국내 중소기업 기반을 흔들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주문은 늘고 있지만 생산현장에선 일손이 모자라 일감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외국인 산업연수생 도입을 늘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하겠다는 내용의 '외국인력제도 개선대책'을 최근 내놓았다.


골자는 일부 외국 국적의 동포들에게 올 11월부터 음식점 사회복지 청소 등의 서비스업 취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내용이 발표된 후 중소업계의 볼멘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개선대책이 오히려 제조현장을 지키고 있는 외국인력마저 서비스업종으로 빠져나가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피혁 염색 도금 등 이른바 '3D업종'의 현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이탈한다면 인력난은 가중될 게 뻔하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들도 3D업종을 기피하는 추세여서 제조업체 경영자들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한 사장은 "서비스업체가 일반적으로 중소제조업체보다 임금이 높아 서비스 쪽으로 떠나가는 외국인 근로자를 잡아 둘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반월공단의 한 주물업체 대표는 "정부의 외국인력제도 개선대책 발표 이후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등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업계를 대변하는 기협중앙회에도 정부정책에 항의하는 중소기업인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난을 해결할 '솔로몬의 지혜'는 정녕 없는 것일까.


이계주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