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여성의 사회참여..魚允大 <고려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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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로 지명된 장상(張裳) 이화여대 총장의 '국가경영자로서의 능력과 도덕성'은 국회 청문회에서 검증될 사항이다.
그러나 여성 총리가 탄생되면 경제 발전을 촉진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도 기대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여성의 경제참여 확대는 한국경제 생산성 향상의 병목현상이었던 인력부족현상을 없앨 수 있고,인력수급조정을 통한 효율증대를 가져 올 수 있으며,여성 총리 출현은 여성 사회참여 확대의 상징적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다.
스포츠 분야의 활약으로 '한국여자는 남자보다 낫다'는 말을 종종 들어 왔다.
여자배구의 올림픽 2위,여자 양궁의 세계 석권,박세리 김미현의 미국 골프계 활약은 국제경쟁력면에서 남자들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는 물론 경제·과학분야에서 뚜렷하게 활약하는 여자들은 드물었다.
아니 드물다기보다는 없었다는 표현이 정확할지 모르겠다.
외국의 경우 38년 전 인도에서는 인디라 간디가 총리를 역임했고,마거릿 대처는 1979년 이후 3기 연임함으로써 최장기 총리를 지내면서 영국 경제를 회생시켰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높은 핀란드는 물론,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국가에서도 여성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일본에서도 여성 국회의장이 있었고,외무장관도 계속해서 여성이 맡고 있다.
경제 활동에 참가하는 여성의 비율은 다행히 이슬람 국가보다는 월등히 높다.
그러나 아직도 41% 수준으로,세계 2백7개 국가 중 77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것도 생산성이나 부가가치가 높은 직종이나 직위에는 여성이 없다.
은행장이나,대기업의 CEO가 없다.
남녀공학대학의 총장뿐만 아니라 고려대 연세대 서울대의 경영학과 교수 중 여자는 한명도 없다.
최근 어떤 공과대에서 여자교수를 채용한 것이 뉴스가 될 정도다.
비교 자체가 우습지만 미국경제에서 우먼파워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미국에서 사업중인 2천만개 회사 중 26%는 여자가 소유하고 있고,취업여성 중 23%는 남편보다 돈을 더 잘 번다.
한국 여성의 사회진출 공백은 가부장권(家父長權) 문화 때문이다.
여성은 가정인으로서의 역할만 강조될 뿐 사회진출권은 주어지지 않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입학때 우수한 여학생은 영문과 국문과 등 인문전공을 지원하거나,음악 미술 등 예능전공을 선택했다.
경제의 생산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공학이나 사회전공에 여성이 더 많이 진출해야 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같은 아시아 문화권에 비해서도 뒤진다.
몇년 전 태국대학의 회계학과에서 특강했는데 학생의 90%가 여학생이었다.
뿐만 아니라 졸업 후 사회진출을 하지 않고 '좋은 어머니'의 역할에만 만족했다는 것은 국가 생산력의 낭비였다.
다행히 지금은 달라지고 있다.
공학 이학 경영학 의학을 연구하는 여학생이 급격히 늘어나고 공무원시험 합격자의 38%가,행정고시 합격자의 25%가 여성이었다.
이렇듯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는 한국경제를 한 차원 높이는 중요한 변화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세계 13위 GDP 국가인 우리경제가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률 템포로 계속 성장하기에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다른 선진국과 같이 한국의 경제산업구조도 자본집약적이 됐고,경제의 잠재 성장력은 4%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주5일 근무제에서 보듯이 '헝그리 정신'이나 헌신적인 근로의욕도 낮아지고 있다.
이럴 때 교육 받은 양질의 여성인력이 생산성 높은 직종으로 진출할 수 있다면 '무에서 유'를 창출하고,'저생산성에서 고생산성'으로 인력수급을 조정하기 때문에 획기적인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관행과 관습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민주화를 갈구하면서도 군사정권 하에서는 힘들었고,세계화를 외치면서도 바깥 세상을 모르는 국수적인 지도자들에게는 힘들었다.
큰 변화는 계기가 필요하다.
여성 총리의 탄생은 여성의 사회참여라는 큰 변화를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
ydeuh@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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