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등급 'A' 회복] '정치 불안' 경제순항 최대복병 ..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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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4년7개월만에 3개 신용평가회사로부터 'A'등급을 완전 회복한데 대해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적극적이고 과감한 구조조정의 결실'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보다 개방적이고 개혁적인 방향으로 거시정책의 틀을 바꾸는 등 체질 개선에 주력한 것이 국가신용등급 'A' 회복이라는 국제사회의 평가로 확인받게 됐다는 것.
그러나 신용평가회사들은 한국이 거시경제 지표 및 대외부문의 견고성 면에서는 A등급 수준이지만 구조조정이나 정치적 안정성, 노사관계, 기업의 투명성 등에서는 아직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무디스 등 신용평가회사들은 한국이 국가신용등급을 추가 상향시키기 위한 과제로 '정치.사회 변수에 휘둘리지 않는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경제정책 운영'을 제시하고 있다.
무디스사는 지난 3월28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가장 먼저 'A'로 조정한 뒤 "향후 한국의 구조조정 노력이 정치일정으로 인해 이완돼서는 안되며 노사관계의 안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P도 지난 24일 신용등급 1단계 조정 후 몇 가지를 권고했다.
△소액주주 및 채권자의 권리 강화와 회계기준 개선, 경제개방 정책 등의 지속적인 추진 △정부보유 은행의 민영화와 하이닉스 문제 해결 △남북한 통일이 이뤄질 경우 예상되는 통일비용 해결 노력 등이 그것이다.
S&P는 특히 차기 정부에서도 은행 민영화, 기업 재무구조 개선 등 정책적 지속성이 담보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단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거시 정책틀'은 유지하면서 앞으로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 추진과 정치일정으로 인한 불확실성 제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거시경제 정책면에서는 수출 투자 내수가 균형을 이루는 적정 성장을 도모하고 금융.기업부문에서는 상시 구조조정체제의 정착과 공공부문의 효율화, 신노사문화 확산을 유도키로 했다.
또 도하개발아젠다(일명 뉴라운드) 협상 등 대외경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월드컵 성과를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에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단기적인 미국발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재정 및 금리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대응하되 시장투명성 제고와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한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 노력도 기울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금융부문에 대한 투명성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보험업 개방(보험업법 개정)△자산운용업 육성(자산운용업법 제정) △집단소송제 조기 도입 등의 제도개선 작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서울은행 대한생명 한보철강 등 미처리 부실기업 문제도 조기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 앞에 놓인 최대 과제는 정치 사회 등 경제외적 변수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체질을 갖추는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8.8 국회의원 재·보선'과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골화되고 있는 정치권의 분열 조짐, 정치적 혼란기를 틈탄 강경 노조의 득세 등 사회적 이완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영국계 HSBC은행은 올초 정치상황으로 구조조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의 신용등급은 'BBB+'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노사불안의 불씨를 제거하려는 노력보다는 성급하게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 오히려 노사갈등의 '불'을 지르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현될 가능성이 큰 △대북정책을 둘러싼 국론 분열 △보수-진보간 대결 구도 △영-호남간 지역갈등 등은 성숙한 시민의식 고양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게 중론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