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여유자금 투자처 찾아라"] 유망新사업 M&A 대상 '물색'

보유 현금이 늘면서 기업들이 신사업 진출을 활발히 모색하기 시작했다. 기존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과 SK의 경우 기업인수합병(M&A)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거나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마땅한 신규사업을 쉽게 찾지 못해 고심도 적지 않다. ◆ 삼성 국내 최대의 현금유동성을 보유한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난 6월말 현재 현금성자산은 6조원. 삼성은 구조조정본부내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M&A 대상기업을 물색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은 생명공학 차세대반도체 유기EL 2차전지 3차원디스플레이 등의 미래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12인치 웨이퍼전용라인에 대한 설비투자를 연내에 본격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사업부에서는 유리기판이 1천1백?1천2백50㎜인 5세대 라인 1단계 공장이 9∼10월께 완공되는 대로 2단계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을 비롯 신라호텔(호텔 및 식당), 삼성에버랜드(골프장),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건설) 등도 경제특구 개발을 사업확장의 계기로 삼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 ◆ SK SK㈜와 SK글로벌은 지난주 SK텔레콤주식을 해외에 매각, 각각 14억7천만달러와 2억1천만달러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총16억8천만달러나 되는 매각대금과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금으로 부채상환은 물론 사업확장에도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SK계열사들은 최근 KT지분을 비롯해 라이코스, 두루넷, 세계물산, 전북은행 신용카드부분 등을 사들이면서 영토확장을 이미 시작했다. SK(주)는 주식매각대금으로 한전 발전자회사나 한국가스공사의 민영화, 현대석유화학 인수 등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 현대.기아자동차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1.4분기말 현재 각각 3조원과 1조1천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부품사업강화 및 해외공장 설립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달 독일의 자동차부품회사인 ZF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조만간 20%의 지분을 인수키로 했다. 또 미국 앨라배마에 공장을 설립하는데에도 2004년까지 10억달러 가량을 투자한다. 이와 함께 2005년까지 4억3천만달러를 투자해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합작공장도 건설할 예정이다. ◆ 포스코 에너지사업과 생명공학 등에서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3천억원, 총여유자금은 1조5천억원 수준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자체 발전사업의 경험을 살려 한전의 발전자회사 민영화에 참여한다는 방침을 확정한 상태다. 미래유망사업인 생명공학에도 눈을 돌려 포항공대 교수 및 연구진과 태스크포스를 구성, 미국에서 생명공학 신사업을 찾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 현실적 어려움 마땅한 신사업을 찾기 어렵다는데 기업들의 고민이 있다.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M&A 대상을 찾아왔지만 찾지 못했던 것"이라며 "자금여유가 있다고 아무데나 투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주우식 상무도 선진기업들과 비교하면 현금보유를 더 늘리고 순차입비율을 축소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김성택.김홍열.이심기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