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광고] '삼성전자 기업PR'..음악.기법 일관성으로 5년째 롱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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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정자에서 동네 할아버지들이 장기를 둔다.
"장이야!" 소리에 연신 부채질을 하며 땀을 흘리는 할아버지.
손자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때마침 휴대폰 벨이 울린다.
'된장찌개 끓여놨으니 어서 오세요'라는 며느리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할아버지는 "장? 난 된장이다"라고 외치고는 손자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한다.
애니메이션으로 시골 풍경을 담은 삼성전자 기업PR 광고 '장기열전'편의 스토리다.
최근 전파를 타기 시작한 이 광고는 삼성전자 기업PR 캠페인 '또 하나의 가족'의 19번째 작품.
그런데 이 광고가 이렇게 많이 시리즈로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계절별로 배경을 바꿔 새로운 광고를 선보인 까닭이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또 하나의 가족' 캠페인엔 지난 97년 '지하철'편 이후 5년 넘게 변치 않은 일관된 원칙이 있다.
'마법의 성'이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종이찰흙이나 실리콘으로 만든 인형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3개월이면 수명을 다하기 마련인 TV광고 홍수 속에서 이 캠페인이 5년이나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제작진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이 광고의 경우 제작비가 개당 2백만원인 실리콘 인형들을 요모조모 만져 촬영한 30컷이 모여야 1초 분량이 완성된다.
따라서 15초 광고 1편을 만드는 데 서로 다른 4백50개의 장면이 필요하다.
촬영에 소요되는 기간은 일반 실사광고의 5배인 보름이나 된다.
매회 '마법의 성'을 배경음악으로 틀면서도 다양한 악기를 사용해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한 것도 '또 하나의 가족' 캠페인의 특징이다.
광고 제작을 총괄하고 있는 제일기획 박중길 국장은 '또 하나의 가족' 성공 요인으로 일관성을 꼽는다.
박 국장은 "또 하나의 가족이 되고 싶다는 삼성전자의 철학이 변함없이 녹아있는 광고 캠페인"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