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수면위 떠오른 中 권력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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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중국의 당·정·군 지도자들은 얼마전 베이징으로부터 동쪽으로 2백80㎞ 떨어진 여름 휴양지 베이다이허에서 비공식 연례회의를 시작했다.
이 회의는 예년에 비해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큰 폭의 지도부 개편을 공개하게 될 16차 전국인민대표대회(16大)를 앞두고 열리고 있어서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은 장쩌민 주석의 권력이양에 대한 논쟁이 16대 개최시기를 늦출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장 주석이 자신의 권력을 젊은 세대에 완전히 넘기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16대 개최시기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최근까지도 외교소식통들은 그 시기를 9월 하반기로 잡았다.
그러나 16대가 10월이나 심지어는 11월까지도 소집되지 않을 수 있다는 추측이 확산되고 있다.
장 주석은 집권연장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16대 이후에도 인민해방군의 총사령관격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가 당 총서기직에도 계속 남아있을지는 의문이다.
가장 확실한 것은 명예직인 국가주석직은 물려준다는 것이다.
장 주석은 후진타오에게 국가주석직을 넘겨주더라도 자신은 전임자들처럼 '실세'로 남기 위한 일련의 각본을 짜고 있다.
장 주석이 총사령관직에 머물도록 건의하는 진정서가 군부 지도자들 사이에 돌도록 한 장본인이 장 주석이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특히 장 주석은 측근인 쩡칭훙 공산당 조직부장을 상무위원으로 승진시키려 애쓰고 있다.
후 부주석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당과 군의 상당수 인사들은 8월로 76세가 되는 장 주석이 모든 권력에서 손을 떼기를 원한다.
후진타오 국가 부주석 겸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이끄는 젊은 세대 지도부에 권력을 완전히 이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 부주석은 오는 12월 60세가 된다.
따라서 장 주석이 당 총서기직을 유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장 주석의 당 총서기 유임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 지도부가 조심스럽게 진행해온 권력이양 작업에 대해 명백히 '불신임 투표'이기 때문이다.
장 주석은 국가주석 당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 3대 요직을 모두 차지하고 있지만 전임자들과는 달리 정치적으로 강하지 않다.
그래서 그의 동료들로부터의 거센 반발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장 주석이 당서기직을 유지하기 위해 뛰고 있다는 소문은 계속 흘러 나오고 있다.
최근 몇주간 중국의 관영 언론들은 장 주석이 5월말 당교(黨校)에서 공산당 간부를 상대로 한 연설을 찬양하는 데 여념이 없다.
장 주석은 이 연설에서 단결과 안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집권연장의 의지를 표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신의 세 가지 대표이론을 당헌으로 채택하려는 장 주석의 노력도 반대에 직면해 있다.
당이 △선진생산력 △선진문화 △최대 인민의 근본이익을 대표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여기에는 개인사업가도 포함된다.
보수주의자들은 3개 대표이론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개인사업가를 당원으로 받아들이면 당을 변질시켜 당의 몰락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급진론자들도 3개 대표이론이 당헌으로 수용되더라도 장 주석의 이름을 다는 것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개인숭배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다.
덩샤오핑도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이름을 당헌에 넣지 않았다.
정리=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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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넷판에 실린 'China's leadership struggle'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