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신용카드의 빛과 그림자..李在雄 <성균관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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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소비자대출이 급증해왔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신용카드 관련 부실건수도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은행들의 카드관련 대출의 연체율은 5.2%로 일반대출의 연체율을 훨씬 상회했다.
경기가 침체되거나 금리상승 신용경색 등 금융시장 불안이 생기면 가계파산이 급증하고 신용카드사들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신용카드 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소비증대를 반영한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확대하고 소비를 부추겨왔다.
또 국세청은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고,세제혜택까지 주었다.
그 결과 카드빚이 급증하는 것을 신용카드산업의 비약적 발전이라고 보아야 할지,심각한 병리현상이라고 해야 할지 분간하기 어렵다.
신용카드 관련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은 신용카드 규제 강화에 나섰다.
카드 관련 대출 비율을 낮추고,충당금을 확충하며,미성년자 등에 대한 무분별한 카드발급을 억제하는 등 재무건전성 규제를 강화했다.
신용카드의 남발과 남용의 1차적인 책임은 뭐니뭐니해도 카드사에 있다.
카드사가 신용카드를 남발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우선 카드사용에 따른 수수료,연회비 및 대출금리 등이 높기 때문에 연체 및 부실대출 비율이 높은데도 이익을 크게 올리고 있는 것이 문제다.
현재 25개의 신용카드사들이 성업 중인데 이들은 신용불량자에게 대출을 상당히 뜯기면서도 높은 이익을 올리고 있다.
이것은 카드시장의 경쟁이 부족하고,수요가 비탄력적이며,불완전한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나타내는 것이다.
왜 높은 대출이자와 비싼 수수료가 떨어지지 않는가? 왜 소비자들은 이같이 높은 금융비용에도 불구하고 카드빚을 늘리는가? 신용카드사들이 과당경쟁을 하면서도 고수익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와 같은 시장의 불완전성을 시정하기 위해 금융감독과 건전성규제가 불가피한 것 같다.
우선 건전한 신용카드시장의 발전을 위해 카드 수수료 및 대출금리 등은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
또 카드시장의 진입과 퇴출을 용이하게 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높은 금융비용이 무분별한 카드남발과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주원인이다.
이런 추세와 부작용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한 신용카드사들의 부실화는 불가피하다.
한편 건전한 카드사용자들에게 카드사용에 따르는 실질적인 금융비용을 정확하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은행 예금금리 등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고리를 부담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나서도 카드빚을 남용하겠는가? 카드사용자들이 스스로 카드빚 관리를 합리적으로 하고,카드사들이 카드대출에서 신용위험을 줄이는 노력을 확대할 때 신용카드산업이 발전할 것이다.
현재 신용카드 발급수는 1억장을 넘어 경제인구 1인당 5장 꼴이다.
지금과 같은 마구잡이식 카드발급은 일종의 폰지 게임(ponzi game)내지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가령 한 사람에게 카드를 발급하면 그 고객이 다행히 신용이 불량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완전히 신용불량자가 되기까지 적어도 3개월 내지 6개월이 걸린다.
그동안 또 다른 몇사람에게 신규카드를 발급해 초기에 발급한 카드가 부실화된 것을 메운다.
이같은 다단계식 카드발급으로 부실을 또 다른 부실의 가능성으로 메우기 위해서는 카드발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나가야만 한다.
그러나 이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마구잡이식 카드발급은 결국 부실화로 끝나게 마련이다.
이미 카드관련 신용불량자만도 1백만명이 넘는다.
그동안 주기적으로 '신용사면'을 해왔으나,신용불량자의 수는 계속 늘어난다.
궁여지책으로 신용불량자에 대한 '워크아웃'제도를 도입했다.
이런 방법으로 신용질서가 개선될지 확실치 않지만,분명한 것은 도덕적 해이가 심화되고,워크아웃에 따른 비용은 결국 카드사와 카드이용자들의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카드시장의 경쟁을 촉진해야 하며,카드사용에 따른 금융비용은 적정한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
clee@yurim.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