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줘도 주말일터 No" .. 놀이동산 등 취업 기피현상

"남들은 금요일부터 쇼핑에다 주말 여행계획을 짜느라 바쁜데 그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 우리 기분을 아시나요." 경기 양평 H콘도 프런트데스크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성연씨(28.가명)는 요즘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된 후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각 지방에서 몰려드는 손님을 맞이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일해야 하는 휴가철이지만 주말이면 허탈감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김씨는 "한 달 전부터는 주말에 한 번도 쉰 적이 없어 남자친구와 영화도 한 편 못봤다"며 "월급 더 받는 것보다 주말에 쉬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일부 대기업과 금융권을 시작으로 주5일 근무제가 산업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백화점 놀이공원 호텔.콘도 등 주5일 특수를 누리는 일부 서비스업종 종사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주5일족'의 여유로움을 옆에서 지켜보며 일해야 하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들 대부분이 주말에 일하는 대신 평일에 쉬는 대휴(代休)제를 적용받고 있긴 하지만 가족 및 주위 친구들과 다른 생활 패턴으로 인해 실질적인 휴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 직원중 상당수가 남들처럼 주말에 쉴 수 있는 업체로 전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대형 할인점 A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 지난달부터는 어쩔 수 없이 주말 근무를 격주제로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피현상은 일반 구직자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주5일 근무제를 적용받느냐의 여부가 일자리 선택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력파견 업체인 제니엘 김인환 과장은 "최근 들어 주말에 일하는 서비스업종은 물론 홈쇼핑업체나 통역 안내원을 구하는 여행업체 등의 구인 요청을 맞추기가 힘들다"며 "삶의 질을 가장 우선하는 신세대적 사고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성원.이정호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