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초대받지 못한 CEO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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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0일 백악관 이스트룸.부시 대통령은 기업개혁법안에 서명했다.
서명식을 마치고 나가는 그의 얼굴에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는 자신감과,부정회계 기업인을 엄벌하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뉴욕증시를 5년래 최저로 곤두박질치게 한 부정회계사건에 새로운 전기를 만든 순간이었다.
서명식은 짧게 끝났지만 성대했다.
관련 법안을 제안한 여야 의원들과 대부분의 각료들로 이스트룸이 꽉 찼다.
법 집행을 책임지고 있는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장관,로버트 멀러 연방수사국(FBI)국장은 물론 폴 오닐 재무장관,하비 피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리처드 그라소 뉴욕증권거래소 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서명식을 지켜봤다.
부시 대통령은 서명을 위해 5개의 만년필을 준비,폴 사르베인스 상원의원(민주당,메릴랜드주) 등 법안 제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4명의 여야 의원들에게 하나씩 선물로 나눠줬다.
나머지 한개는 앞으로 세워질 자신의 박물관에 기증하기 위해 남겨놓았다.
부시 대통령은 그만큼 서명식을 엄숙하게 치렀다.
하지만 이스트룸을 가득 메운 인사중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한 명도 없었다.
몇몇 개인투자자들이 참석했지만 기업인들은 아무도 초대받지 못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재계원탁회의(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의 존 카스텔라니 회장 모습이 보이긴 했다.
언론은 그러나 CEO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사실 요즘 미국의 CEO들은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다.
앤디 그로브 인텔 회장은 "요즘 CEO들은 외계인 취급을 받는다"고 탄식했다.
제프리 가르텐 예일대 경영대학장도 기업인들의 축 처진 어깨를 안타까워했다.
그는 "기업개혁법이 필요하지만 이제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CEO들을 보기 어려울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베들레헴 철강의 로버트 밀러 회장도 "회계사 변호사들과 씨름하느라 미래 전략에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서명식은 성대하게 끝났지만 초대받지 못한 기업인들은 착잡한 심정으로 하루를 보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