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며 캐낸 삼성전자 '저력' .. '삼성전자 왜 강한가'

지난달 26일 미국의 브랜드 조사 전문기관인 인터브랜드와 경제전문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83억달러로 '2002 세계 1백대 브랜드' 중 34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64억달러로 42위였던 것에 비해 8단계나 상승했다. 세계 유수의 기업인 나이키(35위) 폭스바겐(38위) 애플(50위) 모토로라(74위) 등보다 앞선 것이다. 한국 기업으로 세계 1백대 브랜드에 포함된 것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명실상부한 한국의 대표 기업이다. 반도체 D램의 경우 2001년 현재까지 9년째 부동의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점유율도 2000년 20.9%에서 지난해 27%로 높아져 마이크론 등 2위 이하 기업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와 휴대폰 시장에서도 당당히 세계 상위 랭커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삼성전자 왜 강한가'(한국경제신문 특별취재팀 지음.한국경제신문사.1만원)는 오늘날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의 기업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요인을 한국경제신문 특별취재팀이 체계적으로 분석 정리한 책이다. 기존의 기업 관련 서적이 에피소드들을 모아놓거나 기업 총수들의 회고록 정도였던 데 비해 이 책은 기자들이 발로 뛰며 특정 기업의 성공요인을 과학적으로 파헤쳤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지난 3월11일부터 20회에 걸쳐 한국경제신문에 연재된 내용을 일부 보완해 재구성했다. 2000년 4월 수원의 삼성전자 연수원에서 전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강연회에서 세계적 컨설팅사인 매킨지의 수석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다른 기업과 비교해 하등 뛰어날 것이 없다. 인적 구성과 사업내용에서 돋보이는 점을 발견할 수 없다. 게다가 사업마다 객관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윤종용 부회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다만 특이한 점은 결국엔 이 목표를 이뤄낸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해낸다. 삼성의 미스터리다"라고 덧붙였다. 이 책은 이러한 '삼성전자의 미스터리'를 논리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1부 '세계적 기업으로 부상한 삼성전자'에는 현재 세계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위상과 반도체 성장과 관련된 비사, 재계를 이끄는 삼성 출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다양한 도표와 함께 소개돼 있다. 2부 '삼성전자 왜 강한가'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오너십과 치밀한 정보관리, 무파벌주의, 고강도 구조조정 등을 통해 오늘의 강한 삼성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집중 조명한다. 특히 미덥지 않으면 맡기지 않고 일단 맡기면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이건희 회장의 자율경영을 자세히 소개한다. 3부 '최고 사령탑이 말하는 현재와 미래'에서는 이건희 회장에서부터 윤종용 부회장, 이윤우 반도체 총괄사장 등 최고경영자들의 입을 통해 삼성전자의 현재와 미래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