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기대치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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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상승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연일 터져나오는 미국 경제의 경고음속에 시장은 외국인 매도라는 수급불안에 휘청거리며 700선 사수에 급급하다.
다만 700선 아래는 과매도권이라는 공감대로 개인의 적극 매수가 이어졌고 프로그램 매매를 중심으로 한 기관의 종가관리 시도가 엿보이고 있다.
국내 순수 주식형펀드가 9조원을 넘어서는 등 미미하나마 자금유입이 감지되고 있고 미국의 주식형 뮤추얼펀드가 6주만에 22억 달러 순유입됐다는 소식이 한가닥 안도감을 주고 있다.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연중최저치 근방까지 줄어들며 지수 하락시 매물 압박의 주요 요인으로는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미국시장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퇴색되면서 중장기 증시 전망에는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현 지수대에서 지지시도가 이어지겠지만 반등시 주식 비중을 적당히 조절하는 보수적 전략이 유효하다.
◆ 미국 더블딥 경계감 만연 = 미국 경제의 어두운 전망으로 전세계 증시가 연일 한숨을 쉬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 급락으로 미국경제의 견인차인 개인소비 전망이 크게 위축됐고 기업체 설비투자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7월 소비자신뢰지수, 2/4분기 GDP성장률, 7월 ISM 제조업지수 등이 시장예상치 보다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것.
이에 따라 경기가 일시 회복하다 다시 추락하는 이른바 더블딥(double dip) 에 본격 대비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교보증권은 미국 GDP성장률이 1.1%로 크게 둔화된 것과 관련해 더블딥 가능성이 70~80%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미국경제는 회복 지연이 아니라 경기후퇴국면 후 다시 둔화되는 과정이 진행중이며 주가하락에 따른 역자산효과가 가세하며 이에 대한 우려를 더욱 높였다는 지적이다.
미국경제의 회복이 더 지연될 경우 대미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의 수출 모멘텀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 특히 회복기미를 보이던 IT업종이 구경제부문의 둔화로 재차 둔화위험에 직면하면서 IT주, 수출주의 비중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D램 현물가 하락과 미국내 IT업종의 신규주문감소로 하반기 이후 모멘텀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IT업종의 신규주문건수가 지난해 4/4분기를 바닥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 이탈하는 흐름이며 신규주문감소가 뚜렷해 6월 이후 컴퓨터생산과 전기장비 등 부품업종이 각각 4.6%와 5.6%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은 이러한 증시 상황악화를 고려해 연말 종합지수 목표가를 기존 1,045에서 965로 하향조정했다. 아직 중장기 상승기조는 유지하면서 증시의 2차 상승기로 9월 중순~10월 중순을 전망하나 8월 이후 IT경기 회복이 근거를 찾지 못할 경우 내년 3~4월로 연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증권은 추세반전을 의미하는 주요 증시 변수로 기업수익의 예상치 상향, 시장신뢰회복, 밸류에이션 부담해소, 달러화 반등 등을 들었다.
◆ 경계감 유지 = 2일 종합지수가 장중 전저점까지 급락하다 장후반 700선까지 낙폭을 만회하는 근성을 보였지만 700선 신뢰감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다수다.
이날 기관이 지수선물과 관계없이 시장 전망을 기초로 거래하는 비차익거래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매수를 유입해 지수방어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투신권 자금의 한계를 감안할 때 향후 적극적 대응을 기대하기도 이른 상황이다.
300일선이 위치한 680선 부근을 지지선으로 설정하고 기술적 반등시마다 현금비중을 늘리는 보수적 대응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시장이 최근 급등할 때도 크게 오르지 못하는 것은 취약한 국내 수급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미국 경제의 더블딥 여부는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보지만 심리적 악영향은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미국시장이 8월 중순 CEO들의 재무제표 서명에 따른 회계불신 해소와 3/4분기 비용절감 노력에 따른 실적호전 선취매로 반등이 예상된다”며 “저점을 확인하는 보수적 전략속에 미국 시장이 안정되면 낙폭과대 우량주의 기술적 반등과 내수주의 순환매를 노려볼 만 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700선 밑에서는 펀더멘털악화 반영 정도를 넘어서는 단계로 주가 과매도 인식이 있다"며 "그러나 외국인 매도에 따른 수급 악화가 지속될 경우 지지선 모색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선물 매도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을 볼 때 현물 매도가 주춤할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이르다”며 “미국 경제 악화는 중장기적인 시장 기대를 갖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햇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국내 경제는 미국보다 안정적이라는 인식으로 700선 밑에서는 투매보다는 기관의 적극매수의지가 나타나고 있다”며 “단기 수급 부담으로 700선 부근에서 옵션만기까지 등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