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異種통화시장 점검과 개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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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이후 한국경제의 차별성 얘기를 수없이 많이 들어왔다.
실제로 신용등급 조정이나,해외조달시장에서 이런 차별성이 반영됐다.
문제는 정작 국내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주가와 환율,금리 등이 우리 경제실상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의 상징격인 원화 환율이 엔화 환율에 의해 전적으로 움직이는 원·엔 동조화 현상이 심한 것이 우려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4분기 중 원·엔 동조화 계수는 0.92∼0.97에 달했다.
동조화 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원화와 엔화 환율이 그만큼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의미다.
원인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원화의 국제화,보유외화 다변화 등 외환시장의 인프라가 취약한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훈련이 안 돼 있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다.
지금까지 원화 환율의 움직임을 보면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원·엔 동조화 정도가 심하게 나타난 점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경제구조적인 면에서도 일본에 의존하는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원인이다.
통상 우리 경제구조를 말할 때 일본과의 '안항적(雁行的) 혹은 천수답(天水畓) 구조'라 부른다.
실제로 우리 수출과 경제성장,주가를 엔고(高)율과 대비시켜 보면 일치한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이미 개설해 놓은 원·엔 직거래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원·엔 동조화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요인이다.
원·엔 직거래시장 개설 이후 고시하는 원·엔 환율의 매매기준율 움직임을 보면 국제외환시장에서 형성된 엔·달러 환율과,국내외환시장에서 결정된 원·달러 환율의 재정(裁定)환율 수준과 비슷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달러화 일변도의 외화보유 운용방식이 개선되지 않음에 따라 원·엔 시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외환당국이 시장을 개설해 놓고 이를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전제는 훈련된 시장참여자들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환시장의 거래규모와 환율결정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
경계해야 할 것은 경제부총리,한국은행 총재 등의 섣부른 환율에 대한 언급이다.
아직도 시장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으로 환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정책당국자들이 먼저 훈련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원화의 국제화 과제도 중요하다.
이 점에 있어서는 원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급선무다.
세계 12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가 달러당 네자리대의 환율체계를 갖고서는 곤란하다.
외환거래 단위를 축소하는 원화의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을 생각해 볼 시점이다.
경제구조의 다변화 과제도 시급하다.
여전히 대일·대미 편향적인 수출품목과 수출시장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수출구조도 환율경쟁력에 의존하는 추세에서 탈피,품질·기술과 같은 가격 이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인접국가와의 공동화폐 도입 등도 구상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도적으로 달러화 일변도의 외화운용 관행을 개선시켜 원·엔 직거래시장에 대한 수요를 늘려야 한다.
대안이 있다면 환율변동보험 지급이나 금융기관의 건전성 평가시 외화보유 구성의 다변화 정도를 심사기준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이종통화 중 엔화에 대해서만 직거래시장이 개설돼 있으나 유로화에 대해서도 직거래시장을 개설해야 한다.
이미 '1유로=1달러'의 등가시대에 접어든 데다 유로랜드 확대 등으로 유로화 결제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원·유로화 직거래시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