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연중최저 '미끄럼'] 국내景氣 불투명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700선이 맥없이 무너졌으며 675.76까지 추락했다. 이로써 주가는 지난해 9.11 테러이후 상승분의 절반이상을 까먹었다. 이날 주가급락의 직접적인 배경은 외국인 매도세(1천2백93억원 순매도)로 인한 수급불안이었다.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 등 수급및 투자심리 불안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의 전망이 불투명해진 점이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이후 3개월여간 지속된 증시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미국발(發) 회계부정에서 비롯된 투자심리 위축이었다. 회계부정 파문이 수습단계에 접어들자 이제는 각종 경기지표에서 '빨간 불'이 켜지면서 이른바 '더블 딥' 우려로 미 증시가 다시 출렁거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기저기서 적신호가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과 다소 무관하게 움직이는 국내증시의 특성을 감안할 때 현 상황은 과민반응"이라고 주장해온 낙관론자들의 목소리가 낮아지고 있다. 700선 부근에서 저가매수를 부르짖던 국내 기관들도 주식매수를 '무기한 연기'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 이젠 경기가 문제 회계부정으로 몸살을 앓던 미 증시가 이제는 경기불안이란 덫에 걸리고 말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했던 각종 경기지표가 지난주말 한꺼번에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GDP성장률(1.1%) 제조업지수및 고용지표가 악화되자 그동안 소수론에 불과했던 '더블 딥(이중침체)' 가능성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 증시가 급락한데 이어 국내쪽에서는 악재가 나왔다. 전경련이 발표하는 BSI(기업경기 실사지수) 수치가 3개월째 급락했다. 경기전망에 대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것.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통상 전경련이 발표하는 BSI 수치는 주가의 선행지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경기불안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고 말했다. 지난 6월중 기업의 설비투자가 전년동월대비 7.5% 감소했다는 점, 환율약세(원화강세) 등도 부담요인이다. ◆ 매수 유보한 국내기관 투신사 주식형펀드로는 조금씩 돈이 들어오고 있다. 주가가 바닥권에 진입했다는 일반고객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투신사들은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저가매수에 나설 수 있는 최후의 보루였던 경기전망에 의심이 생기고 있기 때문.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주가 낙폭이 과도한 것을 제외하면 앞으로 기대할만한 상승 모멘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연기금은 지난달 26일이후 이날까지 8일동안 단 하루를 제외하곤 줄곧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다. 정인호 국민연금 주식운용팀장은 "경기지표등 주위 여건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 저가매수에 나서기는 부담스런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당초 내년도 주식투자 자금을 연내에 앞당겨 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그 시기는 좀 더 늦춰질 전망이다. 사학연금 이세우 주식운용팀장은 "미국 증시의 하락세가 예상보다 깊어지자 저가매수의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미 증시 약세가 진정될 때까지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외국인의 매도세(15일간 1조원 순매도)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마저 매수유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증시가 쉽사리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